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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아련한 첫사랑 같은 고베의 야경

#、방황의 추억

by 꽃띠 2012. 5. 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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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정확히 하버랜드의 야경은 내가 이번에 떠난 여행의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사랑하고, 그리웠던 그 곳.

 

한국으로 귀국을 하루 앞두고 찾아간 그 곳의 포스팅이 늦은 이유는 .. 정말 아끼는 장소라서기도 하지만, 그때의 분노(!)를 거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의 그 감정은 사라지고 여전히 좋은 야경만 카메라에 남았지만 이날밤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매우 어렵게 찾아간 하버랜드. 위 사진처럼 긴 (실제로는 더 가파르고 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면 하버랜드로 잘 가고 있는것이 맞다.

 

 

 

 

고베 바다 너머로 보이는 고베타워, 그 조용하고 황홀한 분위기에 난 반해 버렸다.

몇년이 흘러도 그 장면은 내 기억에 남아 고베를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꼽게 만들었다.

그때의 그 공기 그 설렘이 마음 깊이 남아 언제나 여행을 떠나도 싶을때면 가장 먼저 이 곳이 떠오를 정도였다.

 

 

 

 

 

 

 

하버랜드. 정확히는 모자이크 거리.

고베의 야경 명소로 유명한 곳. 모자이크는 쇼핑센터? 쇼핑 거리? 뭐... 그정도 인데 그 곳에서 바라보는 고베 타워가 매우 아름답다. 시원한 밤바람과 잔잔한 물소리, 그리고 화려한 고베 타워!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베는 나에게 매우 아름답고 세련된 도시였다. 그러나 이날 뭐가 잘못되려고 그랬는지

아침은 잘 넘어 갔는데 (일본 3대 온천 아리마 온천 마을에 가다) 오후 일정 부터는 완전 꽝이었다.

(실망스런 동화마을 이진칸, 먹자골목 난킨마치) 하버랜드까지 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계속해서 길을 잃었을뿐더러, 지하철에서 길 안내해주는 사람들이 매우 퉁명 스러워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한시간 정도 길을 헤매던 나는 결국 사람이 미어 터지는 지하철 역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엉엉 울어버렸다. "하버랜드로 가고 싶은데 길을 잃었다. 안내소에서 하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겠다"를 반복하며...

다소 통통했던 그 남자는 당황하며 길을 알려 주었지. 흠흠.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안도가 되었다. 동시에 엉엉 울어버린 창피함이 밀려왔다.

사실 짜증으로 가득 차서 길을 잃기를 반복할때 그냥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이 기분으로 야경을 본들 뭐 얼마나 기쁘겠는가.

처음보는 것도 아니고, 또 가서 할일이 정해져 있는것도 아니고 ..

그러다 '내가 꼭 가고만다'는 오기로 찾아온 모자이크 거리.

 

 

 

 

 

 

야경을 보러 온건지, 쇼핑을 하러 온건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처음 왔을때 이 가게 저 가게를 둘러봤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바빴다.

 

 

 

 

당장 달려가서 내가 사랑했던 그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일단 심호흡을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모자이크 거리에서 본 하버랜드의 관람차.

조명이 계속 변해 고베 야경에 한몫 하고있다.

이번엔 색다르게 관람차를 타볼까.. 했지만, 패스. 내가 좋아하는 그 자리서 바로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드디어 마주한 고베의 야경.

이 모습을 한눈에 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말았다.

이걸 보자고, 이렇게 힘들게 이 길을 왔구나 라는 생각과 역시, 안왔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어쩌면 이 풍경은 나에게 첫사랑 이었던것 같다.

몇년 전 나는 이 풍경에 반했고, 그 후로도 계속 이 곳을 생각했다.

그동안 내 머리에서 마음에서 이곳은 아름답게 포장되고 부풀려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풍경이 실망스러웠다거나 실제론 별거 아니라는게 절-대 아니다.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들이댔던 잣대없이 마냥 그리워하고 아련해 했던 것처럼

이 곳이 나에게는 그랬구나..라는걸 느꼈다는거다.

 

 

 

 

 

걸어 오는길에 샀던 카페라떼를 마시며 마냥 야경을 바라봤다.

좋다. 이말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고베의 야경에 또 한몫 담당하는 오리엔탈 호텔.

다음에 언젠가 꼭 엄마와 이 곳에 묵으리라 다짐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고베 야경. 하루종일 짊어지고 다니던 짜증을 고베 밤바람에 날리고 멍하니 이 자유를 즐겼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 풍경.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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