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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너무나 실망스런 동화마을 이진칸

#、방황의 추억

by 꽃띠 2012. 1. 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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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이진칸. 풍향계의 집.


메이지 시대부터 외국인들이 정착해 형성된 마을이라던 기타노 이진칸.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내가 정말 기대한 곳이었다. 볼거리가 많고 적고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서양도, 동양도 아닌 거리를 걷는 상상을 하며 이진칸에 대한 기대는 부풀어 갔다.







고베답게 세련된 거리.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점심이나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진칸 거리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잘 정돈된 건물과 거리를 구경하며 큰길로만 쭉- 걸었다.






20분쯤 걸었을까. 내가 이진칸에 온 이유. 이곳을 그토록 기대했던 이유!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서양식 건물을 개조해만든 이진칸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컨셉 스타벅스.
 
이곳에서 고베한정 텀블러를 사서 따뜻한 카페라떼를 담에 이진칸 거리를 천천히 걷는것!
이것에 내가 기대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 사람이 너무 많다 ㅜㅜ 이건 계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동화속 동네만을 상상하고 이곳에 왔던 나의 계획은 이때부터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대하고 기대했던 컨셉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가볍게 포기해야 했다.






고베 한정 텀블러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도저히 기나긴 줄을 기다려 커피를 주문할 기분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만큼 사람들이 꽉찬 스타벅스를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점차 거리에도 사람이 많아 진다. 아니, 사람이 많은 거리로 내가 들어간다.
뭔가 불길하다. 설마. 정말 설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 연출되진 않겠지.






역시나.... 우려했던 상황이다. 사람이 바글바글.
마치 일본 관광객들과 고베 시민들은 모두 이진칸으로 몰려온것만 같았다.





가게마다 골목마다 사람이 넘쳐난다.
여행책자에 나오던 동화같은 집들은 아직 구경도 못했는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에 벌써 질려버렸다.







그나마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봤다. 훨씬 낫다.
그런데 .. 길이 없다 ㅠㅠ 일반 가정집인듯?
남의 집앞을 이유없이 기웃거릴수도 없었고 ... 또 다른 길도 없었다. 할 수없이 큰길로 나왔다.









이럴수가. 숨이 턱 막힌다................................
일단 정신 차리고 안내소부터 찾기로 했다.








안내소에 가서 한국어 안내지도를 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할인쿠폰이 들어있는 안내 지도를 준다. 
고베 시영버스도 할인 받을 수 있고 곳곳에 입장료 할인도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먼저 안내소에 들어가서 지도를 받는것이 좋겠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잘 둘러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진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신사. 일본답다 싶으면서도 이색적이다.
이런곳까지 신사라니. 무슨 신사인지는 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약간 이질적인듯 하지만 또 자연스럽기도 한 모습.










너무 유명해서 이미 다른 블로그에서 많이 봐온 오픈하우스도 있고, 오픈되지 않은 집들도 있다.
생각보다 카페와 관광용품 파는 곳이 참 많았다.







덴마크, 중국등 나라의 특징을 본딴 집이 대부분이었는데 거의 입장료를 내야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돈을 내고 들어가도 별거 없다는 소문은 둘째치고,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얼마를 내고 들어간들 맘편히 뭐하나 볼 수 없겠다는 생각때문에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안내소에서 나눠준 지도는 친절한척 했지만 사실은 매우 부정확해서 내가 원하는 곳을 잘 찾아갈 수 없었다.
게다가 사람이 워낙 많아 좁은 골목에서 방향전환이 쉽지 않았다.
결국 길게 줄서서 골목골목을 이동하는 사람들 흐름에 휩싸여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기대했던 집들ㅇㅣ 몇곳 있었지만 들어가보지 않았다.
이미 빈정상해버린 나는 잔뜩 심술이 나서 사진도 찍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정말 ................. 나 여기서 뭐한거니?










아무 의미없이 이진칸을 20분쯤 걸었을까? 아, 빨리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곳에 더 있다간 내가 사랑하는 도시 고베 자체에 질려버릴 것 같았다.







사람들 흐름에 휩쓸려 걷고, 귀가 따갑도록 시끄럽고 (일본인들이 이렇게 크게 웃고 떠들줄이야!)
내 발이 멈추고 싶을때 멈춰 쉴 수 없다니!

최악이다.








이곳은 아름다웠지만, 동화속은 아니었다. 너무 많이 기대한 탓일까 실망도 컸다.
 
정확히 말하면 이진칸에 실망했다기 보다 봇물 터지듯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진칸에 실망했다. 이건 내가 원하던 이진칸이 아니었다.







도망치듯 골목을 빠져 나와 큰길로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갈까 하다 여기까지 왔으니 고베 버스를 타보자, 싶어 시티루프 버스를 기다렸다. 왠만한 맛집 점심시간 못지않게 긴 줄이 있었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곧 버스가 왔다. 내가 탈 차례쯤 되자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다.
그때, 어느 일본인 부부가 슬쩍 내 앞ㅇㅔ 섰다. 황당한듯이 쳐다봤지만 아줌마는 (나랑 눈이 마주쳤음에도!) 무슨일 이냐는 표정이었다.


인내심 폭발.



뭐 이런 동네가 다 있어!!!!!!!!!!!



결국 그 부부를 태우지 못하고 만원 버스가 되어 뒤뚱뒤뚱 달리는 시티루프를 뒤로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빨리 이 곳을 떠나자. 조금만 더 있으면 고베가 싫어질 것 같애.




*제 개인적인 경험이고, 저는 특히나 복잡하게 사람 많은것을 싫어한답니다.
이 동네가 싫었다는건 아닙니다. 이 당시에는 절대 두번다시 찾지 않겠다, 했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이 별로 없다는 확실한 정보가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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