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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여행, 사랑에 대한 로망의 정수

#、보고 쓰다

by 꽃띠 2015. 10.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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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감독:리처드 링클레이터)

 

 

 

나는 가끔 이런 고민을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어쩐지, 낯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게으르며 무언가에(무엇인지도 모를 무언가에) 불성실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쉬운 여자 였던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기도 하니

잘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거부하고 싶은 일' 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사람이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때

그 책임감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인데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그의 인간성까지 내가 보증한다-는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내가 자초했구나-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커플의 하루를 담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여행과 사랑- 그 두가지의 로망만을 모은 영화라 할 수 있다.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응?'하고 전기가 온 첫 만남.

가벼운 주머니 사정도 낭만이 될 수 있는 젊은날.

낯설고 아름다운 도시, 정해진 이별의 시간.

 

 

 

 

 

 

 

 

 

 

 

이별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나는 이들의 만남이나 함께하는 시간보다 '한정된 시간'이라는 것에 더 매력을 느꼈다.

언제 나를 떠날지 아는 사람. 단 하루, 마음을 키우기에도 짧은 시간.

이런저런 고민이나 계산을 할 시간은 없다. 마음은 알아서 잘 크고 있으니 내가 할 일은 표현 뿐이다.

 

음악을 들으며 서로 몰래 주고 받는 이 간질간질한 시선.

탐색이 아닌 애정. 의심이 아닌 관심.

찰랑찰랑한 마음을 겨우 추스려 힐끔힐끔 상대를 더듬는 이 장면이 어찌나 좋던지.

 

 

 

 

 

이쯤에서 되묻는다.

낯선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다. 다만, 우연히 만난 그대가 좋은 사람이기를

나는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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