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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천재 소년이 행복하길 바라며

#、보고 쓰다

by 꽃띠 2015. 11. 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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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러쉬(2007)

감독:커스틴 쉐리단

 

 

 

음악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운명을 부른다.

영화 포스터에 쓰여있는 문구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나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 그리고 기적' 보다 다른 것에 더 뭉클했으니까.

 

 

 

 

 

세상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들리는 아이, 주인공 에반은 소위 말하는 신동, 천재다.

소음 속에서 화음을 찾는 아이. 차 경적 소리도,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까지도 그에겐 음악이다.

 

비록 운명의 장난으로 고아원에 버려졌지만 언젠가는 부모가 그를 '듣고'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모에게 자신의 소리가 닿을 때까지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세상에 뛰어든 주인공.

그리고 그의 재능을 탐내는 사람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반은 운이 좋은 아이다.

비록 중간에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열악하게 나마 칠 수있는 기타가 있었고, 그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도 있었다.

 

 

 

 

 

일상의 소음들이 에반의 손 끝에서 음악으로 변하는 모습 또한 멋졌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백미는 각자 다른 곳에서 연주하는 여자와 남자의 화음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클래식과 남자의 락 음악이 절묘하게 뒤 섞여 귀를 즐겁게 한다.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멜로디. 마치 한 무대에 선 듯 잘 짜여진 그들의 음악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보다 더 짜릿하고 아름다웠다.

 

 

어거스트 러쉬는 귀가 즐거운 영화임은 분명하다.

 

 

 

 

 

주인공 에반은, 끊임없이 자신의 천재성을 증명해 가며 세상에 본인의 음악을 들려주고

운명은 그에게 답하듯 원래 그의 것이었던 행복을 차근차근 그에게 돌려준다.

 

천재 소년은, 스스로 자신의 얄굿은 운명을 밟고 일어서 자신의 행복을 쟁취한다.

 

 

 

내가 영화의 음악 만큼이나 '천재 소년'의 재능에 집중하게 됐던것은, 요즘 들려오는 천재소년 송유근 군의 소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를 인간극장에서 처음 보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대학에서 전공책을 들고 실험을 하던 어린 소년. 나는 간혹 그가 궁금했으나 일부러 검색같은 것을 해보지는 않았다.

어디서 잘 살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호기심 뿐이었다.

최근 그의 박사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는, 그리고 세상은 지도 교수의 부주의가 천재 소년의 최연소 박사의 꿈을 위태롭게 했다고 떠들어 댄다.

 

천재 소년 송유근이 몇살에 대학에 입학해 몇살에 어떤 연구를 하는지, 그의 논문이 어떤지 이번 논란이 그의 이력에 어떤 의미인지

안타까운 척 설명한다. 오직 그의 실패 그리고 이력에만 관심을 둔다. 가십거리라는 얘기다.

 

나는 그를 모른다. 다만, 그의 유명세 덕에 나는 그가 천재라는 사실만 알 뿐이다.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그래서 그의 박사 학위가 미뤄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간혹 그를 떠올리며 생각했던 것은 그 때 그 소년은 지금 행복할까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연구를 하는 그는,

그래 분명 어마어마한 능력을 타고난 덕분에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것도 분명 있었으니라.

 

천재도 실수 할 수 있고 늦어질 수 있고 넘어질 수 있는거 아닌가.

주변인들이 천재 소년의 재능이 빛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그의 인간적인, 개인적인 행복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최연소 박사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넘어질 때는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는 것을, 목적지에 빨리 가는 것보다 올바르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남을 밟고 가지 말고,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천재 소년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아름다운 음악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보며

신이 내린 재능을 타고난, 그래서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모든 소년 소녀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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