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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찌질한 남자들아

#、보고 쓰다

by 꽃띠 2015. 10. 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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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선희 (감독:홍상수)

 

 

 

 

난 홍상수 감독이 좋다. (덧, 이 글을 쓸 때 까지는 좋았다.)

늘 똑같은 영화만 만들어 낸다고 해도- 너무 잔잔해 지루하다고 해도

그 영화들을 관통하는 현실적인 인간군상.

너무도 현실적으로 찌질해서 무서울 정도인 남성들. 맹 한듯 연약한듯 하지만 자기길을 찾아 가는 여성들.

그의 영화를 다 찾아 본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홍상수 감독은 일상의 자극적인 부분을 가장 일상스럽게 풀어내는감독.

 

 

 

 

 

 

너는 조용하고, 소심하고 ….

 

내가 보는 내가 정확할까, 남이 보는 내가 정확할까.

도대체 사람들은 남에대해 평가하고 정의 내리는 것을 왜 그렇게 좋아할까.

(물론 나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조용하고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선희에 대한 평가는 술 몇잔과 찐득한 눈빛교환 끝에 조용하게 남들과 소통할 줄 아는 성격-이라는 평가로 바뀐다.

그는 진정 그녀의 다른 면을 재발견 한 것일까.

그녀는 그대론데 왜 하룻밤새에 평가가 달라진 것일까.

 

평생 너의 곁에서 너의 편이 되고싶다-는 말에 선희는 "굉장한 말이네요"라고 답한다.

맞다, 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그런데, 정말 나의 편이 되어주고 싶은거라면 묵묵히 진중하게는 안되겠니?

 

 

 

 

남자 셋 중에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고,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 이선균.

오랜만에 만난 선희에게 여전한 관심을 표현하는 그는 참 당당한 찌질이.

 

정재형과 술을 마시면서 '깊숙~이' 가 봐야 안다는 취한 연기는 정말... -_-)b

진짜 술 드신거 아닙니까?

 

 

 

너는 정말 예뻐.

 

이 말은 때로는 기분을 좋게 하지만 대부분은 족쇄같이 느껴진다.

이뻐서 뭐. 내가 너랑 미인대회 나가재?

 

여자에게 내리는 '너는 이래' 라는 평가중에 가장 쓸데없고 거추장스럽게 들리는 말이 '너는 예뻐'가 아닌가 한다.

예쁘다는 건, 분명 인생을 살면서 좋은 '프리패스'기도 하지만 거추장 스러운 옵션이기도 하다.

그 말로 여자를 정의하는 것만큼 무례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도 부럽긴 합니다, 전지현, 송혜교, 김태희씨....)

 

물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늘 외모적인 칭찬을 받고 싶어 노력하는 평범한 여자. 아니, 평범한 인간이지만.

 

 

 

 

니 마음 가는대로 해.

 

 

나를 응원하는 말일까, 아니면 무책임한 말일까.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모르겠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진정, 나를 믿기때문에 하는말이 맞아? 라고 되묻고 싶어 지는건 내가 너무 삐뚤어진 인간이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소주 생각이 간절했다.

소박한 술상에 나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던 영화.

 

선희는 가고, 선희를 맴도는 말들만 남았다.

술잔이 차고, 비워질 때까지 그들은 누구를 곱씹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진짜 선희일까, 선희라고 믿고 싶은 그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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