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골목 어귀, 낯익은 사진관을 발견하고 환호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기억 속 깊은 곳에 청순발랄한 심은하와 옆집 아저씨같은 한석규의 미소 그리고 어설픈 첫사랑의 감정이 요동쳤다.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어린 나이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을리 만무하고, 아마도 TV채널을 돌리다 멍하게 봤겠지.
짧은 환호뒤에 몰려온 것은 어색함.
기억속 느낌과는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 묘한 이질감.
한여름 크리스마스 만큼이나 어색한 그 느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고민해 보니
그래, 너 너무 세련됐구나-.
오래된 필름이 켜켜이 쌓여있는, 깊숙이 어둡고 꿉꿉한 암실이 숨어있을 법한, 촌스럽지만 정다운 가족 사진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그런 곳이 아니어서
아쉽다.
+)
심은하 사진 앞에서 오징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