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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간이 잠든 책방골목

#、방황의 추억

by 꽃띠 2012. 12. 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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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던 책방거리.

헌책방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책이 많은 곳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헌책이 주는 아련함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까.

 

 

 

 

 

 

 

 

 

 

책방을 좋아한다.

한창 책을 사봤던 (사실은 문제집이 대부분이었지만) 청소년 때에는 이미 인터넷 서점이 우위를 점한 시절이었고 그 편리함과 저렴함에 대부분의 책은 택배를 통해 받아봤지만 대형서점이 있는 큰도시를 부러워 했고 (내 고향은 시골 이었다) 틈만 나면 서점을 찾았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지런히 정돈된 책들, 쭉 둘러보기만 해도 똑똑해 질 것 같은 공기가 좋았다.

물론 헌책방을 찾은 것은 26년 시간동안 한손에 꼽을 정도다. 고향에서는 영어 자습서를 한번 사러 들른적이 있었고,

그 매력을 느낀 것은 대전으로 와서 취재차 헌책방 골목을 찾았을 때 였다. 스무살이 이미 훌쩍 넘었을 때 제대로 헌책방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 매력을 느꼈지만, 그 뒤로 다시 찾은 적은 없었다.

 

 

 

 

 

 

 

 

일반 서점에 도도한 공기가 흐른다면 헌책방은 겸손한 느낌이다.

세월이 묻어 노랗게 변한 종이에서 묵직한 내공도 느껴진다. 낡고 촌스런 표지를 입었지만 종이냄새는 더 진해졌다.

나보다 더 먼저 태어난 책들도 있다. 출판된지 얼마 되지않은 것들은 좌판에 누워있고, 한자가 꼭 한두개씩 섞인 오래된 책들은 책방 안쪽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반가운 얼굴들이 발길을 잡는다. 한류스타가 된 전지현과 송혜교. 여전히 예쁜 그녀들.

헌책방엔 여러 시대가 겹겹이 쌓여있다. 화려했던 시절의 인기도 뜨거웠던 사상도, 사랑도 그리움도 눈물도 짙은 종이냄새를 안고 조용히 누워있다.

 

 

박완서님의 '호미'에서 이런 글을 봤다.

어린시절  좋아하던 책방. 어른이 되어서는 약속장소로 늘 찾던 책방. 어느날 그 책방이 사라진 것을 보고

그 곳에 책방이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진작 더 사랑해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책방에 들러 책을 보고 그 공기를 맡고 쉬는것은 좋아하지만 막상 내가 책을 '구매' 하는 것은 인터넷이다. 편리하고 싸다는 이유로 돈을 인터넷에 지불하는 사이 내가 사랑하는 공간은 기울어가고 점차 사라져 간다. 책방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나 때문이다.

그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곳이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약간의 번거로움과 정가구매는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마음에 와닿았던 서점의 간판.

'겸손을 나누는 서점' 아,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번 부산여행은. 마음이 아픈 여행이었다. 내가 사랑한 도시 부산에서 나는 사랑을 비웠다.

아직도 그 허전함과 먹먹함이 마음을 울린다.

나는 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부산은 나에게 사랑을 묻고온 도시다.

사실 부산여행 이야기를 이렇게 푸는것 조차 마음이 아파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호흡을 크게하고, 하나하나 내려놓는 마음으로 부산 여행을 다시 되짚으려 한다.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일 수도, 공공의 공간일 수도 있기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상처 치료를 하려고 한다. 모른척 하다간 울컥 한번에 다 쏟아질 것 같아서.

훗날, 이 기록들을 봤을때 원망이나 미움이 느껴지지 않기를. 이 조차 감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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