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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첫사랑 '김종욱 찾기'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4. 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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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2010)

장유정 감독/공유, 임수정 주연

멜로 로맨스 코미디

 

 

, 벚꽃, 새학기, 첫사랑.

누구에게나 듣는 것 만으로 마냥 설레고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도 첫사랑은 세월의 흔적이 뽀얗게 내려앉아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싱그러운 존재다. 나이들지 않는 그 추억의 힘은 분명 긴 인생의 아름다운 비타민이 된다.

2010년 개봉한 영화 김종욱 찾기는 동명의 뮤지컬로 더 유명한 작품이다. 최근 건축학개론이 전국적인 첫사랑 열풍을 일으켰지만 사실 그 이전에 김종욱 찾기가 있었다. 건축학개론이 첫 사랑이라는 아련한 감성을 수지라는 인물로 구체화 시켰다면 김종욱 찾기는 그 아련함을 오래도록 유지한다. 포커스 맞지 않는 사진처럼 희뿌연,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보게되는 그 간절한 감정. 이름 자체로 행복한 첫사랑이여.

 

 

 

1. 첫사랑 사무소?

조그마한 체구에 무뚝뚝한 말투. 털털하디 털털한 뮤지컬 무대감독 지우(임수정)는 아빠의 시집가라는 등쌀에 못이겨 첫사랑 사무소를 찾는다. 10년전 인도에서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시집가기를 미루자 아빠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한기주(공유)는 융통성 제로, 결벽에 버금가게 깔끔을 떠는 남자다. 지나친 책임감과 과한 꼼꼼함으로 여행사에서 잘리자 무한 고객 감동서비스를 실행하겠다며 야심차게 창업을 한 기주는 첫 의뢰인인 지우의 첫사랑 찾기에 열을 올린다.

지우의 첫사랑이라는 김종욱에 대한 단서는 이름 석자와 인도 블루시티에서 만났다는 것 뿐.

가뜩이나 희박한 자료로 힘든데 의뢰인은 협조는커녕 찾고싶지 않다며 걸핏하면 판을 깨버린다. 그렇다고 포기할 기주가 아니다. 고지식의 대명사 기주는 급기야 전국에서 천여명의 김종욱을 추려내고, 지우에게 그를 찾는 여정에 동반할 것을 요구한다.

 

 

 

 

 

 

 

2. 첫사랑 찾는 여자의 성장통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특이하다.

28 가르마를 고수하는, 훤칠한 키에 안어울리게 손동작 하나마저 섬세한 기주는 주변에 꼭 한명씩 있는 고지식한 인물의 대명사다. 넥타이 없이 살짝 풀어헤친 셔츠에 막 내린 커피향이 어울리는 남자 공유는 (조금) 찌질한 기주역을 잘 해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샌님역이 더 잘어울린다싶었다. 개인적으로 공유라는 배우의 팬은 아니지만, 인도 여행 회상신에서 누워 있다가 지우를 번쩍 들어 올려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 첫사랑을 보는 듯 설렜다. (물론 나의 첫사랑은 공유와는 눈꼽 만큼도 닮지 않았지만)

여주인공 지우는 소설의 앤딩은 읽지 않는, 마지막 남은 음식은 먹지 않는 여자다. 소설이 자신이 생각한 결말과 다르게 끝날까봐 글을 읽다말고 끝나는게 싫다는 이유로 마지막 남은 호두과자는 조용히 봉지에 담아 버린다. 마지막을 보지 못하는 두려움. 어찌보면 영화는 을 두려워 하는 여자가 그것을 극복하면서 겪는 성장통의 이야기다. 그토록 걱정만 하면 마지막을 마주하면서 끝을 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워가는 이야기.

임수정은 의외로 여성스러운 것보다 털털한 것이 더 잘 맞는 배우다. 동글동글한 눈과 코는 엉뚱하고 발랄한 연기를 할 때 특히 예뻐 보인다. 하얗고 깡마른 몸으로 공유에게 폭 안길 때의 사랑스러움이란.

 

 

 

 

3. 급할거없잖아

영화는 잔잔하다. 사실 첫사랑을 찾는게 뭐 그렇게 스팩터클한 여정이겠는가.

김종욱을 찾는다는 명목하에 만난 두 남녀가 점차 서로에게 끌리며 마음을 나누는 것도 급하지 않다. 천천히 종이에 물 스미듯 고요하다. 대신 전국의 김종욱들 (정준하, 오만석…)인 카메오나 화려한듯 황홀한 인도회상신이 주는 깨알같은 볼거리로 지루함을 없앴다.

여자 주인공의 일터로 등장하는 뮤지컬 무대도 볼만하다. 영화 말미 짧지만 즐기기엔 충분한 뮤지컬 장면이 나오는데 끝으로 갈수록 떨어지기 쉬운 집중력을 확 높여준다.

전개는 헐렁한데 빈 곳이 없는 느낌? 몰아치는 것 없이 여유롭지만 끝까지 꼼꼼하다.

 

 

 

4. 첫사랑, 마음의 비타민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한동안 나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에 잠긴다.

안타까운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헷갈린다는 거다. 내게 첫사랑이 있던가?

공유처럼 듬직한 등과 따뜻한 손으로 나를 폭 안아주지 않았더라도 몇 년을 곱씹으며 달달하게 추억할 그런 사랑이 내 안에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역시나 없다

슬픈 일이다.

 

흔히 첫사랑은 추억 속에서 아름답다고들 한다. 추억 안에 있어야 오롯이 첫사랑이 유지된다는 뜻이리라. 팍팍한 현실과 첫사랑은 어쩐지 이질감이 든다. 이또한 슬픈 일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면서도 찾고싶지 않아하는 지우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첫사랑이 하고싶다. 뜨겁고 설레고 어린 사랑.

계산없이 마음에 스미는, 두고두고 내 마음의 비타민이 되어줄 그런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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