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런닝맨' 보고나면 숨이차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4. 12. 00:00

본문

 

 

 

1. 선택은 짧고 질주는 길~다

 

90년대 이휘재를 국민 개그맨 대열에 올려 놓은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가지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빠바빰 빠바빰' 하는 익숙한 시그널이 흐르고 주인공은 갈등한다. 곧 "그래, 결심했어!"라는 대사와 함께 이휘재의 결심에 따라 정 반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인생은 해피앤딩이 되기도 파국을 맞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반전으로 끝나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양날을 모두 다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TV속 이야기.
우리의 인생은 가속도가 붙은 자전거와 같아서 짧은 선택의 기로를 지나고 나면 어디든 한쪽 방향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 '아차' 싶은 순간이 되어도 직진 말고는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갈 때까지 가보는 수 밖에.
여기 18세때 사고(?)로 아들을 얻은 아빠가 있다. 낮에는 카센터 직원으로 밤에는 콜택시 기사로 일하는 차종우(신하균)는 자잘한 전과로 별 4개를 가지고 있는 철부지 아빠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고있다. 멘사 회원일 정도로 머리가 좋지만 아빠를 닮아 살짝 불량한 아들 기혁(이민호)과는 데면데면한 사이. 아들이 학급 친구를 폭행했다는 전화를 받고 "교칙대로 하시라"고 소리 지르지만 뒤로는 피해학생 부모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마음 약한 남자다. 운전대를 잡고 강남거리를 달리던 어느 날 공항까지 가면 고액 수표를 주겠다는 손님을 차에 태운다. 운수 좋은 날을 예감하고 콧노래를 부르던 것도 잠시, 잠든 줄 알았던 손님을 깨우다가 그가 죽어있음을 알게된다. 뭔가 잘못됐다는 사태 파악도 제대로 하기 전 목격자가 들이닥치고 종우는 도망부터 친다. 한참 뒤 '잘못도 없는데 왜 도망쳤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그는 용의자가 된 상태. 목격자도 있겠다, CCTV 증거 있겠다, 종우의 전과까지…. 억울하지만 달리는 수 밖에 없다. 아차 싶지만 이미 선택의 자전거는 가속도가 붙어버렸으니까.

 

 

 

 

 

 

 

 

 

2. 신하균이 뛰는데 내 숨이 차네


영화 '런닝맨'은 누명을 쓴 남자가 쫓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추격전 다운 액션을 바탕으로 국제적 음모가 맞물린 추리,부정(父情),코믹 소스를 버무렸다. 심지어 반전도 있다.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감동적이다 싶으면 웃기고 웃음이 그칠 때 쯤 이면 머리를 굴려야 한다. 경찰이 등장하는가 싶으면 국정원이 나오고 국정원이 끝인가 싶으면 국제 스파이가 나온다. 숨 쉴 틈 없이 판이 커진다. 내편 네편 계산하다 머리가 꼬일 때 쯤엔 또 몰아치는 개그…. 관객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에서 주도권은 확실히 감독이 쥐고있다.
도망 전문가 차종우 역의 신하균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관객을 쥐락펴락 한다. 최근 들어 '베를린'의 하정우 '신세계'의 이정재 '지.아이.조2'의 이병헌까지 대한민국 대표 남자 배우들의 다양한 액션을 두루 봤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느낌은 처음이다. 어찌나 많이 뛰고 날고 구르는지 의사도 아닌데 배우의 갈비뼈가 걱정될 정도다.
종우를 쫓는, 능력 없는 경찰 김상호와 열혈 기자 조은지 콤비도 영화의 활력소다. 아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기혁에게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감초 이상의 활약을 톡톡히 한다.
대전지역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있다. 옛 충남도청 건물과 중부경찰서 등 눈에 익은 장소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 종우가 워낙 여기저기 달리는 탓에 스쳐가듯 지나치니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3. 런닝맨, 꼭 울려야 겠니?

 

이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질주하고 있는 '런닝맨'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속도감과 무게감을 모두 넣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 때문에 영화가 정신없이 전개되는 느낌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말 못할 사연에 담긴 눈물은 한 곳에서 터트려도 될텐데 여기저기서 터트리지 못해 안달이다. 끈끈함은 없고 질척함만 느껴진다. 인위적인 부정(父情)의 자극은 영화 전체 속도감의 발목을 잡았다.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재발견됐던 배우 오정세의 활용도 아쉽다. 어떻게 모든 배우가 빛날 수 있겠냐만은 등장 컷 수는 많은데 이렇다 할게 없으니 아쉬움이 남는다.

 

 

 

 

 

 


4. 우쭈쭈, 잘~컸네 우리 정배!

 

종우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종우)보다 웃자란 아들 기혁역의 이민호는 어느새 지켜볼 가치가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90년대 후반 시트콤계의 새역사를 썼던 '순풍산부인과'의 정배가  '해품달' '옥탑방 왕세자' 등 TV프로그램에서 가능성을 보이더니 영화에서도 비중있는 배역을 소화할 정도로 자란 것이다. 미달이와 의찬이에게 눌려 제대로 기 한번 못 펴던 정배가 이렇게 훈훈하게 크다니! 잘 자란 충무로 꿈나무를 발견한 누나팬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 연기에 대한 냉정한 잣대는 뒤로 밀려났음을 고백한다. 입증된 배우 신하균과 훈훈한 이민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 '런닝맨'의 흥행질주가 마라톤이 되길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 영화보고 나오는 길에 든 딴생각.    의찬이는 어디갔나? '_')?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