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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이 현실이 되는 '로마 위드 러브'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4. 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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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위드러브

우디 앨런 감독/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외 주연

멜로 코미디

 

 

1. 우디 앨런의 로마 여행

사랑스러운 미소를 날리며 로마 곳곳을 뛰어다니던 앤 공주(오드리햅번)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로마는 유쾌한 도시로 기억된다. 어쩐지 일생에 꼭 한번 일어나기를 소원했던 판타지가 선물처럼 다가올 것 같은 느낌.
이런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네 커플의 이야기다. 영화는 애인의 절친과 아슬아슬한 삼각관계에 빠져드는 건축학도, 여행지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년과 결혼하는 딸을 위해 로마로 날아온 은퇴한 오페라 감독,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다 벼락 스타가 된 남자, 갓 결혼해 로마에 정착할 부푼 꿈을 가지고 날아온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를 이야기 하려면 감독 우디 앨런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매치 포인트'의 런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 등 전작을 통해 개성 강한 도시들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던 감독 답게 이번 영화에서는 로마의 다채로운 매력을 극대화 시켰다. 우리 앨런은 특유의 여유와 유머를 적절히 버무려 마치 네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도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나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라는 그의 말처럼 전통과 현대적 세련미가 공존하는 로마는 개성강한 네 커플의 무대가 되기에 충분했다.

 

 

 

 

 

 

 


2. 환상, 현실이 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애인의 절친. 건축학도 '잭'은 깡마른 몸에 허세 넘치는 그 여자에게 절대 반할리 없다고 호언 장담하지만 곧 점점 그녀에게 끌려간다. 잭의 이야기는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진다. 로마에 휴가를 보내러 온 건축가 존이 길에서 우연히 자신의 젊은 시절을 빼닮은 잭을 만나게 되고 그의 곁에서 아슬아슬한 삼각 관계를 지켜보는 식이다. 함께 있는 듯 방관하는 듯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는 이탈리아 청년과 결혼하는 딸이 못마땅하다. 하고많은 남자 중에 장의사집 아들이라니! 그러나 우연히 샤워중인 예비 사돈의 노래를 듣게된 제리는 파바로티를 만난 듯이 흥분한다. 당장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며 어르고 달래 세운 오디션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포기를 모르는 제리는 사돈이 노래를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환경 그대로 무대에 세우기로 하는데….
감독 우디 앨런이 직접 열연한 제리는 현역에서 은퇴해 이제는 고집만 남은 꼬장꼬장한 늙은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재치있는 인물이다. 오디션 실패 후 깨달음을 얻었다며 샤워 부스를 통째로 무대에 올린 제리의 행동에 극장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꼴이 다소 우습기는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들려오는 오페라는 제법 듣는 재미가 있다. 오페라가 진지할 수록 이야기는 더 코믹해 진다.
신혼의 단꿈을 안고 로마에 도착한 밀리와 안토니오. 밀리가 잠시 외출한 사이 집으로 콜걸이 들이닥치고 안토니오는 뜻하지 않게 친척들에게 그녀를 부인이라며 소개한다. 곧 들통날 거짓말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 아내 밀리와 유부남 영화배우의 데이트를 목격하는데…. 밀리와 안토니오 이야기는 우연이 우연을 부르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일의 반복이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로마의 판타지에 취해 일탈을 저지르는 부부는 각자 처음 만난 상대와 정사를 나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본능에 취해 요란한 하루를 보낸 부부는 다시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로마에서의 일은 각자의 비밀로 묻어둔 채.

 

 

 

 

 

 

 


3. 유명한걸로 유명한 사나이

영화속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평범한 시민에서 벼락 스타가 된 남자의 이야기다.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고 퇴근 후엔 스타가 나오는 TV를 보다 잠이 들고 주말엔 부인과 영화를 보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던 레오폴도. "내 생각엔 말이야"라며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직장 동료들에게 "누가 네 생각이 궁금하대?"라고 핀잔듣기 일쑤던 그가 어느날 벼락 스타가 되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 그의 출근 길을 막아선 기자들은 앞다투어 "오늘 아침엔 무엇을 드셨죠?" "면도는 하셨나요?" "오늘 비가 올까요?" 따위의 질문을 퍼붓는다. 영문도 모른채 인기에 시달리던 그는 유명한 생활이 피곤하기만 하다. 어딜가나 기자들이 몰려들고 만나는 여자마다 자신의 매력에 빠지고 사람들은 그가 식빵을 바싹 구워 먹는지, 커피엔 설탕을 넣는지까지 궁금해 한다. 영화는 머리가 벗겨지고 힘없어 보이는 이 평범한 남성이 왜 갑자기 하루아침에 인기를 얻었는지 설명도 없이 숨막히게 하루를 따라 붙는다. 꿈 같은 나날을 보내던 레오폴도가 운전수에게 "내가 왜 유명하지?"라고 묻자 운전기사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인 "유명하신 걸로 유명하죠"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센스가 집약된, 근래 보았던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재치있는 명대사가 아닌가 싶다.

 

 

 

 

 

 

 

 

4. 아, 아름다운 로마여!
영화의 배경이되는 도시 로마의 골목골목은 지금 당장 여행가방을 싸고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아름다운 도시가 주는 볼거리는 영화가 품고있는 또 다른 선물이다.
휴가차 떠나온 곳에서 잘생긴 미켈란젤로를 만나 사랑에 빠진 헤일리(제리의 딸) 처럼, 늘 동경하던 영화 배우를 만나 일탈을 하게된 밀리처럼 환상이 현실이 될 것 같은 로마. 영화 '로마 위드 러브'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판타지로 가득하다. 네 이야기가 촘촘하게 맞물려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참, '로마 위드 러브'는 청소년 관람 불가지만 '판타지가 충족되는 영화'라는 소개와 맞물려 야릇한 기대를 안고 극장으로 갔다간 실망만 안고 나올 테니 이상한 상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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