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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브라보, 아빠의 청춘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4. 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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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강우석 감독/황정민,유준상 주연

액션 드라마

 

 

 

1. 전설대전 열리다

한때 '올림픽 꿈나무'였던 복싱선수 덕규(황정민). 눈 앞에서 꿈이 좌절된 이후 지금은 홀로 딸을 키우며 시장 구석에서 잔치국수를 팔고 있는 평범한 아저씨다. 복싱의 꿈을 접은지 오래된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여자(이요원)는 케이블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 참가를 권한다. '전설의 주먹'은 왕년에 잘나가던 싸움짱들을 모아 재대결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여자가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시청률 저조로 허덕이는 상태. 여자에게는 스토리가 있는 덕규가 필요했고 덕규는 상금 2000만원이 필요했다. 어렵게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한 덕규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1주 우승자 재석(윤제문). 재석은 옆 학교 싸움짱으로 덕규와 몇번의 주먹질 끝에 우정을 나누게된 사이지만 지금은 한물간 뒷방 건달이다. 한편, 여자가 출연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대기업 홍보부장 상훈(유준상). 덕규와 당시 같은 학교의 양대 주먹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자존심도 다 버린 기러기 아빠이자 셀러리맨이다. 친구였지만 아저씨가 되어 링 위에서 만난 덕규, 재석, 상훈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프로그램은 뜨거운 인기를 끌게되고 결국 셋은 상금 2억원을 두고 '전설대전' 토너먼트에서 제대로 맞붙게 된다.

 

 

 

 

 

 

 

 

 

 

 

2. 아저씨가 되어 만난 세친구

영화 '전설의 주먹'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각자의 삶을 걸어온 세 친구의 이야기다. 앞뒤 계산없이 깡 하나로 살 수 있었던 그 때 그 사나이들은 가게 월세를 걱정하고, 접대를 위해 밤낮으로 쓰린 간을 부여잡고 소맥을 말아먹는 이시대 평범한 중년 남성이 됐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의 추억은 묻어둔지 오래인 40대 아저씨들을 링 위에 세운 것은 바로 '돈.' 학교에서 사고치고 돌아온 딸의 합의금 때문에, 상사의 엄포 때문에, 생활비 때문에 다시 주먹을 쥐게 된 세 남자는 더 이상 철없이 힘 자랑하며 골목을 쏘다니던 고등학생이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는 '파이터'들이다.
강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감각적인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영화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격투신은 이종격투기의 장점을 한껏 살려 화끈한 '쇼'로 탄생했다. 격투기를 즐겨보지 않는 여성 입장에서 초반부터 계속되는 주먹다짐이 다소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가 점차 돈이 아닌 꿈을 위해 날리는 펀치로 변해가면서 나중에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비운의 복싱 꿈나무 황정민은 신세계의 '장청'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변한 덕규로 영화에 녹아들었다. '전설의 주먹'을 통해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지만 정작 사춘기 딸 앞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평범한 아빠 덕규. 그가 딸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엔 보는이의 마음까지 먹먹했다. 황정민, 그는 확실히 설득력 있는 눈물을 흘리는 배우였다. 싸움짱에서 셀러리맨으로 변한 유준상의 격투 장면은 덕규에 비해 매우 적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모범생같은 외모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배우 유준상의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빛났다. 그렇기에 유독 그의 격투 장면이 더 보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삼류건달 재석역의 윤제문은 개성강한 연기로 여러 영화에서 얼굴을 내밀었지만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다.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고 얼굴을 봐도 한참을 생각해야 출연작이 생각날 정도.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필모그래피는 더 탄탄해졌다. 세 친구중 유일하게 두둑한 뱃살과 묵직하되 둔한 주먹을 가졌지만 '독종 미친개'라는 별명 다운 날카로운 눈빛은 관객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3. 이시대 모든 파이터들에 박수를
영화는 세 친구를 조명했지만 그 안에는 이시대 아빠들이 있었다. 겁없이 방황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나이를 먹고 세월에 치여 패기와 호기대신 아들,딸과 삶의 무게를 얻은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길게 여운이 남은 것은 40대 배우 유준상의 잘 다듬어진 몸도, 파이터 황정민의 사람 좋은 웃음도 아니었다.
방송 말미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 PD는 결승전에 오를 두 사람에게 소리친다. "내가 판돈 2억을 던져 줬으니 당신들은 닭장 안에 들어가 물고 뜯고 싸우라"고. 어찌 그것이 정말 '전설의 주먹' 출연자들에게만 하는 말이겠는가. 복싱이나 이종격투기와는 먼 사람이라고 해서 '링'위에 한번 서보지 않은 중년 남성이 있을까. 매일매일 하루하루 그들은 링 위에 오른다. 누군가 던진 '판돈' 때문에 '닭장'안에서 물고 뜯고 싸운다. 아, 가련한 가장들이여…. 이시대 지지않는 모든 파이터들을 위해 박수를 보낸다. 봄날은 가고 꽃은 시들지언정 '아빠의 청춘'은 지지 않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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