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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 코미디 호쾌한 부활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2.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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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 맘대로 되나유

 

주먹이면 주먹, 깡이면 깡,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광호(박신양)는 보스의 신임과 동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엘리트 건달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인생에 '그분'이 끼어 들면서 폼생폼사 광호의 인생은 뿌리째 흔들린다. 며칠째 몸이 아프고 괴상한 일들만 일어난다 싶더니 신병을 앓게 된 것. 기를 쓰고 거부해 보지만 운명은 도망갈수록 더 강하게 광호를 조여온다. 결국 신내림을 받은 광호는 낮에는 무당, 밤에는 조폭으로 이중 생활을 시작한다.
처음 티저 예고편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애기야 가자!"로 박력있게 외치던 박신양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하얀 얼굴에 짙은 아이라인을그린 얼굴 이라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녕 배우의 작품보는 눈 마저 의심이 갔다. 건달이 박수무당이 된다는 소재는 신선했으나 조폭 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저급한 은어와 눈쌀 찌푸리게 하는 과한 폭력은 조폭 영화의 계보에 따라 이어져온 관습 같은 코드였다. 그 속에서 주는 웃음은 뻔했다
영화는 추격전으로 시작된다. 조폭영화 아니랄까봐 쫓고 쫓는다. 때리고 싸우고 터진다. 승자는 당연히 주인공. 마무리 펀치를 날리고 멋지게 돌아서려는 찰라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던 같은파 태주(김정태)의 칼이 날아든다. 재빠르게 칼을 손으로 막아내고 목숨을 건지지만 칼자국이 바꿔 놓은 운명은 광호를 원치않는 '투잡'의 길로 인도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막상 운명에 몸을 맡기고 보니 이 신빨이 어찌나 용한지 광호네 신당에는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지고 몰려든 이들로 문전성시다. '그분'의 계시 따라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말을 질러 줄수록 광호를 찾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중간중간 자양강장제를 챙겨 마셔야 할 정도. 싫다고 온몸을 비틀며 반항할 때는 언제고 눈에 독기를 품고 요염하게 부채를 흔들어 대는 광호의 모습에 관객들은 박장대소 한다. 박신양이라는 배우가 뿜어내는 의외성은 영화의 큰 웃음 코드다. 배우에게 확 깨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는 사그라 들고 오히려 '요염' 이라는 새 매력이 추가된다.

 

 

 

 

2. 그남자의 이중생활


낮에는 무당, 밤에는 건달로 '투잡'을 뛰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분명 신선하다. 조폭이라는 진부하고 지루하고 뻔한 소재가 박수무당(그냥 무당도 아닌 박수!)을 만나 강력한 코미디의 재료가 됐다. 이 재료만으로 웃음을 이어가기 충분하다. 문제는 이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어떻게 억지스럽지 않게 해결해 가냐는 것이었다.
영화는 난잡하게 흩어진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가 광호를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박수건달'의 실체가 드러난다.
흔히 코미디 영화에서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소는 두가지다. 웃기려고 '저질 은어'를 남발하는 것과 웃음 코드가 떨어지면 억지 눈물을 짜내려고 기를 쓰는 것. 박수건달의 매력은 두가지 비호감 요소를 쏙 빼고도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선사 한다는데 있다.

 

 

 

 

 

 

 

 

 

 

3. 한국 코미디 '살아있네~'


엘리트 건달 광호는 '영화 속 조폭 캐릭터가 이렇게 근사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지다. 조직의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주민들에게 주먹다짐을 하는 일도 없고 동생들에게 날리는 무자비한 폭력도 없다. 광호의 '자유로운 회사원' 이미지가 주는 건들 건들함의 부족은 태주가 채운다. 영화의 유일한 악역이라고 할 정도로 나쁜 일을 도맡아 하는 캐릭터지만 밉지가 않다.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 조연 김정태의 힘이다.
엄지원의 재발견도 즐겁다. 임창정과 호흡을 맞췄던 영화 불량남녀(2010년作)에서 슬쩍 보여줬던 코믹성을 제대로 터트렸다. '내가 조선의 국모다'를 외치는 명보살(엄지원)은 광호가 신병을 앓고 있음을 알아보고 그를 본격 박수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 불량 남녀에서 천연덕스러운 임창정에게 주눅 들지 않고 맞설 때 '떡잎'을 보이더니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물오른 코믹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역 한송이의 호연도 빛난다. 종알종알 찰진 사투리를 구사하며 극 전반을 당차게 오가는 것이 과속 스캔들의 아역 왕석현을 보는 느낌이다. 마치 원석을 발견한 기쁨이다.
조폭 마누라로 유명해진 조진규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전공을 적절히 살리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신선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믿을 만한 재료를 잘 지지고 볶아 제법 먹음직스런 요리를 내 놓았다.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몇 년째 의례적으로 쏟아졌던 코믹 영화들이 줄줄이 빛을 못봤던 현실을 감안하면 더 더욱 놀랍고도 기쁜 소식이다. 한국 코미디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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