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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는 진짜 마초영화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2.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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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형 누아르 '마초'들의 영화

 

 여성들이 달콤한 로맨스 코미디에 감동하고 멜로물에 눈물을 훌쩍이듯 다 커버린 남성들은 어린이나 볼 듯한 '치고 박고 날아다니는' 단순한 액션물에 환호한다. 비록 그 액션이 여성들의 눈에는 한없이 비현식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남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철들지 않는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친 액션만 해도 그럴진대 목숨을 건 의리나 비극적 순애보가 더해진 누와르물은 그야말로 모든 남성의 가슴을 울리는 첫사랑 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세계는 '마초들의 영화'다. 한국형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신세계는 그중에서도 단연 짙은 '마초'의 향기를 풍긴다. 무간도, 영웅본색의 향수를 자극하며 남성들의 나이 들지 않는 본능을 사로잡는다. 시종일관 음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잔인한 폭력성, 모호한 도덕성 등 한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한국의 누아르물이 채우지 못했던 2%를 신세계는 꽉 채우고 있다.

 

 

 

 

 

 


2. 모호한 도덕성, 음울한 비장미…놓을 수 없는 긴장감

 

영화는 기업형 조직으로 몸집을 불린 '골드문'을 둘러싼 경찰과 조폭의 이야기라는 단순한 뼈대로 출발한다. 골드문의 세력 확장을 막으려는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이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을 조직의 일원으로 들여보내 잠입수사를 한지 8년, 이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이자 실세인 장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골드문 회장이 갑자기 사망하자 경찰은 후계자 선정에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조직의 2인자와 3인자의 치열한 자리 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 작전 성공을 위해 무리한 명령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강과장과 자신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장청 사이에서 이자성은 괴롭기만 하다.
'신세계'는 경찰 신분으로 조직에 위장잠입한 이자성을 중심으로 건달 장청, 경찰 최민식의 관계가 평행선을 유지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애매한 순간이 지속되면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도를 넘는 잔혹함, 내용없는 폭력이 전부라는 여성 관객과 '대부'에 버금가는 작품의 탄생 이라며 환호하는 남성 관객이 대부분이다. 이정재라는 제법 든든한 '비주얼 배우'를 중심에 두고도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은 비단 쏙 빠진 로맨스나 피 튀기는 잔혹성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누아르물 특유의 비장미에 여성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음울한 분위기 자체로 마음깊이 공감해주는 남성 관객들이 신세계 흥행에 큰 힘이 되고 있다.

 

 

 


3. 황정민 '배우의 존재감'이란 이런것

 

물론 모든 여성들이 신세계에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세 배우의 매력만으로 낯선 장르에 눈길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의 호연은 영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비장미를 더 짙게 덧칠하는 것도 그가 열연한 '장청'이었다. 화교이자 조직의 2인자인 그는 시시껄렁한 농담과 욕을 달고 살지만 누구보다 진중한 '마초' 그 자체다. 누아르를 표방했지만 싸구려 건달 영화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영화들과 신세계의 차이는 바로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있고 없음으로 나뉠 것 같을 만큼 그는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비록 대박은 자주 못 쳤을 지언정 여러 장르를 오가며 쌓아온 내공이 이번 영화에서 폭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입으로는 삼류 건달 같은 대사를 내뱉으면서 눈은 깊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푸근한 동네 아저씨와 냉철한 갱스터를 이질감 없이 오갈 수 있는 배우가 황정민 외에 또 있을까.
최민식과 이정재가 연기한 인물은 상대적으로 더 고뇌가 많은 캐릭터다. 의무와 의리, 책임과 정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입체감을 전부 표현하기에는 13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짧아 보이지만 두 배우는 이름에 걸맞은 힘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물론 '신세계'가 보여주는 폭력은 잔혹하다. 베를린의 '첩보요원식 액션'처럼 정돈되거나 세련되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 입에 깔대기를 물리고 시멘트를 부어넣는 첫 장면 처럼 조폭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관객들에게도 신세계를 권해본다. 잔혹한 폭력성,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이 '신세계'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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