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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추억하다.

#、살다

by 꽃띠 2012. 9. 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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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다.

생각해보면, 할머니댁에 가는 명절은 한달전부터 손꼽아 기다릴만큼 즐거운 날이었다.

흙냄새가 났던 시골길, 지푸라기가 쌓여있던 마당, 그리고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나는 시골동네 산책을 좋아했다.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다 쓰러져가는 구멍가게가 있었고 (100원에 3개까지 동전 초콜릿을 많이도 사먹었다.) 더 걸어가면 젖소를 키우는 축사가 나왔다. 지금은 현대식 주택으로 바뀐 것 같지만..

동그랗게 동네를 돌아 우리집에 거의 다다를때 즈음엔 탱자나무가 울타리처럼 있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게 탱자를 따는 것도 재미있었다.

골목을 돌 때 나는 뜬금없는 소 우는 소리와 개 짖는소리가 좋았다. 할머니를 따라갔던 방앗간도 좋았다. 그 곳에서 쪄낸 시루떡맛이 생생하다. 달달하고 따끈한 맛.  

작은방 커다란 봉지 가득한 한과도 한주먹씩 꺼내먹는 재미. 명절외엔 줘도 안먹었으면서. 할머니네서 먹는 한과는 왜 그렇게 맛있던지.

들어설때 마다 벽을 짚는 할머니의 손때가 거뭇하게 묻은 시골집 벽도 안방 한쪽에 늘 있던 할아버지의 목침도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던 벽장도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그래도 용케 찾아 신으시던 할머니의 고무신도.....  그립지 않은것이 없다.   

 

 

할아버지는 2006년 돌아가셨다. 편안한 얼굴이셨다. 살짝 웃는듯도 했다. 많이 울었지만, 생각만큼 울진 않았다.

할머니는 병원에 계신다. 거동을 못하신다. 하루종일 창밖의 하늘만 꿈벅꿈벅 보시다 졸다 영양제를 맞기도 하고 간식을 드시기도 하고.

아마 추석이라는걸 모르실테지. 태풍이 거세던 여름이가고 이제 가을이 왔다는것은 아실까.

 

 

 

 

이제는 가족들이 우리집으로 모인다.

추석엔 우리집, 설엔 큰집에 모여 명절을 보낸다. 송편을찌고 전을부치며 손님맞이, 아니 정확히는 친척맞이를 준비했다.  

도시에서 보내는 명절에는 손님이 없다. 그냥 우리끼리 단촐하고 간소하다.

제사도 지내지 않는 우리집은 온가족이 모여 식사 몇끼하면 그뿐이다.

덕분에 이렇게 추석날 당직서는 일도 부담이 없어졌다.

 

시간이 흐른다. 사람이 늙는다.

 

 

아.

 

마음저린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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