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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다음엔 꼭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올께!

#、방황의 추억

by 꽃띠 2012. 1.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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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다 스카이 빌딩은 추억이 많은 곳이다.
우메다=헤매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곳은 여행자들이 참 찾아가기 힘들어 하는 곳이라는데 ,
몇년전 나 역시 그 근처를 많이 헤맸다.
결국 어떤 빌딩 지하에서 청소하고 있는 분을 만나 물어보게 됐는데 그 사람은 우리랑 언어가 안통한다는걸 알고는 들고있던 빗자루를 내려놓고 따라 오라고 했다.  그 사람은 꼬박 한블럭을 걸어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고 돌아갔다. 무려 한블럭이나!

우메다는 나한테 '친절한 일본인'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복잡했다. 게다가 가는길이 공사중이라 빌딩이 보이는대로 직진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길이 넒어 다행이다.






점점 익숙한 길이 나왔다. 그리고 저 너머 빌딩이 보인다.
뭐, 길찾기 쉽구만?

지도한장 달랑 들고 떠난 여행에서 자신감이 극대화 되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공중정원에 도착했다.
빌딩에서 들어오는 문이 헷갈려 잠시 신입사원 면접장소까지 갔다왔지만(-_-;;) 무리없이 도착했다.
익숙한 문. 몇년전엔 여기서 티켓을 팔았는데, 이젠 바뀌었나보다.
 사실, 그냥 들어가도 되나? 잠시 자리 비운게 아닌가 해서 잠시동안 이 앞에서 기다렸다.
곧 멍청한 짓을 하고있다고 깨닫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35층 버튼 달랑 하나있는 엘리베이터.






무려 35층까지 올라가면서 투명 엘리베이터다. 한면만이 아니라 사방이.
얼마나 초고속인지 7,8층 정도 올라갈 속도로 35층까지 온다. 귀가 먹먹하다.





표를 끊고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표와함께 별모양 메모도 준다. 무슨 행사중인것 같다.
별다른건 아니고 여기에 소원을 적어 달아두는 거란다.







이 에스컬레이터도 참 장관이다.
유리터널을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기분. 역시 참 높다.
높은거 지독하게 싫어하는 내가 오늘 참 높은곳에 많이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를 행복하게 해줬던 우메다 공중정원.  그 모습 그대로일까? 괜히 두근두근댄다.
한국어 안내방송을 참 어색하게 해서 내가 대신 녹음해주고 싶을 정도였던 .. 그 방송도 여전할까.

끝이 다가올 수록 더 두근두근댄다.








위에 올라오니 먼저 다녀간 이들의 소원이 벌써 한가득이다.
영어, 일어 불어... 다양한 사람들의 소원이 빼곡하다. 다, 이뤄지길!



나도 소원을 적어 한쪽에 달아본다.









공중전망대 보다 한층 아래지만 이 곳에서의 전망도 참 좋다.  잠시 둘러보니 몇년전엔 없던 것이 생겼다.
둘이 앉아 야경 보기에 딱 좋은 의자.  역시 곳곳에 커플 투성이다. 나는 당당하게 혼자 자리를 잡았다.






또 빼곡한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난 많이 걸어 다리가 아팠다.
그냥 여기서 해가 질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난, 여행을 다닐때면 그 장소마다 사람이 떠오른다. 그 장소와 어울리거나 함께오고싶은 사람이.
주로 엄마가 생각나는 경우가 95%다.  이번 여행에도 장소 장소마다 '다음엔 꼭 엄마랑 와야지' 했었다.
그런데 이 곳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고 싶은 장소였다.
처음 왔을때 부터 했던 생각이었다.

우메다 빌딩은 나에게 낭만적인 느낌의 장소 였으므로.

그런데 몇년만에 난 다시 혼자 이곳을 찾았다. 그때보다 더 외롭게.




BGM-유재석 말하는대로



3년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4년)전의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일본을 찾았고, 우메다 빌딩은 그 무거움을 다 날려 주었던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곳을 찾게됐나보다.
그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이유로 마음이 무거웠던 나.
시간은 흘렀는데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는 기분이었다.



몇년전과 지금, 난 별로 자라지 않았음을 이 자리에 있으니 더 잘 알겠다.


유재석의 '말하는 대로'를 무한 반복하며 해지기를 기다렸다. 엄청나게 많은 생각과 불안감이 밀려왔음에도
견딜만한정도의 우울감 이었다. 낯선 공기와 긍정적인 가사를 쏟아내는 이 노래가 나를 잡아주고 있었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하고 던져 버리기엔 난 커버렸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기엔 너무 깜깜했다.
다행인건, 이대로 포기하고 살기엔 난 젊었고, 다시 시작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다만 용기가 부족한게 문제였다.








노래를 몇번이나 들었을까, 서서히 해가지기 시작했고 도시는 점점 화려해졌다.
차가운 바람을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아, 오랜만이다 공중정원!
마치 언제라도 땅위 별들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이 느낌! 그대로구나






이제 막 깔리기 시작한 어둠아래서 도시는 더 강렬한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차가웠지만,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옷을 여미고 다시 이어폰을 꽂았다.
한동안 또 같은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눈 앞에서 쏟아지는 별, 바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아, 행복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같이 앉고싶은 의자.
연인이 손을 잡고 양쪽 끝에있는 쇠에 손을 얹으면, 바닥의 조명이 하트로 변한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면, 조명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 왔을땐 연인이 많았는데 오늘은 한명도 없다. 그때 반짝이는 하트위에 앉았던 그 연인들은 여전히 함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한참하며 공중정원을 빙빙 돌았다.





아까 내가 타고 올라왔던, 또 타고 내려갈 에스컬레이터.
이렇게 보니 더 무서웠다. 정말 공중에 떠서 올라온거구나..





멀리, 내가 낮에 탔던 Hepfive 관람차가 보인다. 역시 예상대로 밤에 탔어도 참 좋았겠다.
하지만, 우메다 공중정원의 야경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와보니 오길 정말 잘했다. 그때의 행복감이 다시 밀려왔다. 바로 이자리서 지금과 같은 고민을 쏟아냈던 스물 두살의 나와 함께있는 기분이었다.

정말 추웠지만 야경이 가장 마음에 드는 각도에 멈춰서 계속 같은 음악을 반복해 들었다.
이 도시의 에너지가 다 나에게 오길 바라면서. 듣고 또 들었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은, 일본인의 친절함과 낭만의 이미지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저 땅위 별들 사이로 내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툭 던져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난, 이곳에 마음을 버리러 온 것이다. 


 
몇년후가 될지 모르지만 난 분명 이 곳을 다시 찾겠지.
그땐, 이 자리에 있는 내가 쏟아냈었던 고민들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내가 되어있을까?
항상 무너지고 좌절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게 아닌 좀 더 자란 내가 되어 이곳에 다시오고 싶다.
물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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