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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어른이! 낭만은 끝났어.

#、보고 쓰다

by 꽃띠 2019. 2. 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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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갱스터인 전 남편을 피해 오랫동안 의절하고 지내던 아버지를 찾아온 캐롤라이나.

그녀의 아빠 험티는 놀이공원에 산다. 금지옥엽 키워왔던 딸이 갱스터와 도망가자 원수처럼 살았지만

막상 돌아온 딸이 반갑고 기쁘다.

놀이공원 식당에서 일하는 험티의 아내이자 캐롤라이나의 새엄마 지니는 드러머였던 전 남편을 잃고, 배우였던 화려한 과거도 잃은채 험티와 낭만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고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캐롤라이나가 찜찜하기만 한데 역시나, 자신의 내연남이자 해변 안전요원 믹키와 캐롤라이나가 심상치 않다.  믹키의 눈빛은 흔들리고, 지니와 믹키의 사이를 알리없는 캐롤라이나는 사랑에 빠져 매일이 행복해 보이면서

셋의 관계가 꼬여만 가는데.

 

 

 

 

 

 

 

 

□ 오마이갓, 우디앨런 :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나는 요즘 몸도 마음도 피곤했고, 감기 기운에 목은 부어 오르고, 며칠동안 신경쓴 일이

막 끝나 늘어지게 낮잠은 자고 저녁도 먹은, 이제 이 스트레스를 날릴일만 남은 어느날 저녁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딱 이 타이밍에 우디앨런을 떠올린건

낭만적인 배경에서 펼쳐지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의도였단 말이다.

코니아일랜드(라는 놀이동산)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정도면 딱 좋을 그런 날의 저녁.

 

잠시 잊었다. 이 아저씨 영화에 '정신병 걸린거 아냐?' 싶은 캐릭터의 존재감이 참 크다는걸. (오, 노)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이 영화 안본 눈 삽니다' 이런건 아니다.

영화는 좋았다. 오랜만에 본 케이트 윈슬렛도 좋았고 1950년대 뉴욕 놀이동산은 상상보다 예뻤으니

'예쁜 영화 잘 찍는' 우디앨런 명성 다운 영화다.

 

다만 오늘 나는 좀 더 유쾌한 영화를 보고 싶었을뿐.

그러니까 오늘의 나 같은 기분의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 영화, 괜히 누구한테 잔소리 듣는 기분이니까. (절레절레)

 

 

 

 

□ 케이트 윈슬렛, 그녀는 예뻤다 :

 

예쁘다, 이 언니 정말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주름도 연륜있는 분위기도 좋다.

그러니까 '세월을 그대로 맞았네요'는 칭찬이다.

젊은 애인 옆에 있으니 이모같고 고모같은건 당연하잖아.

(연하 남친은 만나지 말자는 다짐을 영화를 보면서 다시한번 하긴 했지만.)

 

이런 얘길 장황하게 늘어 놓는건, 음, 어, 아, 예.... 음.

 

신경쇄약 걸린 아줌마 역에 그녀가 너무 찰떡이었다는거.

 

어찌나 찰떡인지 그녀가 짜증을 내면 낼 수록 나도 짜증나더라니까!

"아, 제발 그만좀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캐릭터.

 

과거 주목받는 여배우에서 이제는 놀이공원 레스토랑의 종업원으로 전락한 그녀는, 사랑하지 않지만

상처를 보듬어 주는 남자 험티와 알수없는 이유로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다니는 말썽쟁이 아들과 함께 사는 일상이 버겁다. 외도로 사랑하던 사람 (전 남편)을 잃었으면서 이 지긋지긋한 삶이 싫어 또 외도를 저지르고,

우연히 만난 젊은 애인과 다시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젊은 애인은 더 젊은 여자에게 한눈을 판다.

 

이 얼마나 짜증나는 상황이람.

인간이 가진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믿음 소망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짜증이 아닐까.

(.... 응..?)

믿어서 짜증나고 사랑해서 짜증나는 그 상황. 다 알잖아..

 

우디 앨런 감독이 "지니 역할에는 굉장한 연기력의 배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즉각 케이트 윈슬렛을 떠올렸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녀는 지니 역에 완벽히 녹아 들었다.

그 짜증나고 구질구질한 모습 속에서도 여전히 우아하기는 했지만.

 

 

 

 

□ 아름다움의 아이러니 :

 

험티와 지니 부부의 집. 놀이공원 사격장 윗층에 위치한, 그러니까 알코올 중독에서 겨우 벗어난 험티, 과거에 취해 사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지니 그리고 방화가 취미인 아들, 마피아에게 쫓기는 딸이 함께사는 우중충하고 어둡고 소음이 가득한 그 공간은 아이러니 하게도 너무나 아름답다. 아니 정확히는 그 창문 너머가 아름답다.

조악한 경계선 하나로 괴로움과 행복이 나뉜다.

집 안의 사람들은 외부의 소음과 자신 내부의 괴로움에 고통스러워 하지만 문밖의 세상은 화려하고, 순수하고 행복한 놀이 공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웃음으로 가득한 동심 속에 살고 있다니 어쩐지 이질적이다.

 

옛 추억에 잠겨 가장 화려했던 시절 소품을 입고 선 지니의 모습은 빛나는 코니 아일랜드의 화려함 앞에 이미 낡아버린 환상일 뿐임이 더 명확해 진다.

 

갈등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도 내 눈에는 자꾸 화려한 코니아일랜드가 들어온다.

주인공들의 날카로운 감정들이 터져 나오지만 관람차(원더 휠)는 멈추지 않는다.

"슬픔과 괴로움은 너만의 일. 기쁘고 행복한 사람들만 올라타세요" 라고 말하는 듯이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 어른이, 동심의 낭만은 끝났어 :

 

한없이 여유로운 해변도, 설렘과 웃음으로 가득한 놀이공원도 어쩌면 인생에 가장 빛나는 일정 기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언제까지 동심을 즐길수는 없다. 돈을 벌어야 하고, 이별을 해야하고,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

내가 탔던 놀이기구가 멈추면 나는 떠나고 그 자리를 또 다른 '아이'가 채우겠지.

내가 떠났다고 해서 '환상의 나라'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어른이 되면서 그 환상의 나라가 꿈이 아닌 몇몇의 노동자들과 자본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더이상 나에게 '환상'이 아니게 될뿐.

 

현실은 이렇게 쓴데, 우디앨런의 영상미는 왜 이렇게 예쁜지. 그걸 알면서도 이 '코니 아일랜드'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1950년대 뉴욕이 이렇게도 예뻤다니,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우디앨런이 얄궂다.

 

알아, 안다고.

코니 아일랜드는 환상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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