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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혹은 슬픔

#、보고 쓰다

by 꽃띠 2015. 11.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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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언 레시피 (호노카아 보이/2009)

감독 : 사나다 아츠시

 

 

 

 

 

음, 뭐라고 써야할까- 이 영화.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하고, 블로그를 열고 생각을 정리하고있는 지금 첫 말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뭐랄까.

 

배가 몹시 고파서 두툼한 스테이크를 기대하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아기자기한 음식을 파는 곳이다.  하지만 맛없는건 아닌 그런 요리, 그런 영화.

 

 

 

 

 

 

 

 

나는 삶이 우울할 때, 사람이 싫어질 때 지루하도록 잔잔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음식까지 나와주면 더 좋고.

영화다운 극적인 구성은 분명 짜릿한 쾌감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어떤 쪽이든)도 만만치 않다.

잔잔한 영화는 지루하지만 내 일상과 닮아 있어 좋고, 극적인 악당(!)이 없어서 좋다.

아무리 역할이라지만,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영화속 나쁜 사람이 왜 그렇게 스트레스 인지.....

 

조금 지루할지라도, 잔잔한 영화가 거부감이 없다.

맛있는 음식은 보는 것 그 자체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

 

 

 

 

휴학을 하고 하와이 작은 마을, 작은 극장에서 일을 하게된 남자 주인공.

그가 낯선 그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정이 들고, 위로받는 과정을 그린 하와이언 레시피는

생각 했던것 만큼 맛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힐링 보다는

개인대 개인의 관계, 혼자인 나 자신의 소소한 감정에 더 집중하는 영화.

 

 

 

 

 

 

물론, 영화에 나오는 음식은 침이 넘어갈 정도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인생의 일부.

 

오히려 남자 주인공만 보면, 음식을 오직 '배를 채우기 위한 것'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듯 하다.

남자 주인공에게 요리를 해주는 '비' 아주머니가 음식에 어떤 마음을 담는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식탁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먹을 뿐이다.

 

 

하긴, 그런것 까지 하나하나 다 따져가며 감동하고, 고민하고, 깨닫기를 바라는 것도 극적인 쾌감을 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잔잔한 영화가 좋다고 해놓고 그 곳에서 또 무언가를 기대하는 .. 나란 인간의 모순.

 

 

 

 

 

 

이 영화에서 음식보다 더 큰 '보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색감이다.

화려한듯 튀지 않는 색들이 이곳이 '하와이'라는 느낌을 준다.

민트색 벽지, 알록달록한 화장, 화려한 프린트가 가득한 원피스, 파란 하늘.

기분 좋은 색들이 영화에 가득하다.

 

 

 

 

혼자있고 싶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꼭 붙어 있고 싶지만 빈자리가 더 강하게 느껴질까 두렵다.

인간은 이다지도 모순적인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비' 아주머니의 요리와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하나의 교향곡 처럼 담아낸 부분이다.

 

채소를 썰고, 거리를 청소하고,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코를 골며 낮잠을 자는 일상의 모든것이 하나의 음악이 된다.

그 모든것들을 잘 버무려 차려낸 한 상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이다. 외로움이 끝나기를 기대하는 수줍은 마음.

 

 

내가 당신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음식을 만든다.

그것이 때로는 달콤하거나 때로는 매콤할지 모르지만.

그 모든 것은 따끈한 밥 한 끼, 따끈한 마음이다.

 

 

 

소울푸드 그리고 힐링 '카모메 식당' (사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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