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사무실 책상에 선풍기를 켜기 시작했다.
꽁꽁 사매서 책상아래 넣어뒀던 것을 꺼내어 선을 꼽았더니 고맙게도 잘 돌아 간다.
인터넷에서 몇천원 하는 것을 사서 올해로 세번째 여름을 맞는다. 작년에 잠깐 덜덜거리며 속을 썪이기에 내년엔 새것을 장만해야 하나보다 생각했더니 어째 지금은 작년보다 더 잘 돌아가는 느낌이다.
일년내 푹 쉬고 나니 선풍기도 컨디션이 좋아진걸까.
덜덜거린다고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닦아 넣어두길 잘했다.
이렇게 갑자기 더워질지 모르고 있다가 새것을 사려면 또 며칠을 땀 흘리며 있어야 했을 텐데
덕분에 나는 일찍 시원해 졌다.
아무리 사소한거라도 쓰던 것을 버릴때면 기분이 이상해 진다.
요즘 내가 쓰는 물건을 두고 생각해보면 망가져서 버리는 것은 많지 않지만
간혹 A/S센터에 보냈던 물건을 고칠 수 없으니 여기서 버려드릴까요, 라는 전화를 받아도
구태여 도로 보내달라고 한다음에 몇번을 만지작 거리다 내 손으로 버리곤 한다.
A/S를 받을 정도면 그렇게 끼고 살았다는 것이고, 정이 들었다는 것이니까.
나 나름의 작별인사다.
남의 손에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건 어쩐지 좀 미안한 일이다.
날개가 돌아가는 회전력(?)을 못견디고 덜덜, 덜덜 하면서 빙글빙글 돌아 무거운 것으로 다리를 눌러 놓고 썼던 선풍기가
어제 산 것처럼 잘 돌아간다.
고맙게도.
힘겹게 돌아가는 녀석을 당장 버리지 못하고 심해지면 잠기 꺼두었다가 정 못참겠으면 다시 켜면서
작년 여름을 났다.
그런 선풍이가 이렇게 씩씩하게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냥 마음이 좋다.
올 여름도 잘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