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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 가스가타이샤

#、방황의 추억

by 꽃띠 2012. 3. 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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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반 사슴 반 풍경이 익숙해 질때쯤 나라공원 밖으로 벗어났다.
나라공원에는 박물관, 미술관 등 볼거리가 많았는데 내가 처음 목표로 한것은 동대사였다.
목조건물 중 가장 크다는 동대사.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동대사는 입장은 하지 않고 그냥 멀찌감치서 보고 왔는데 그 얘긴 다음에.
나라 공원에서 동대사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모르던 곳이었으니)한 동대사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던 가스가타이샤 신사.



사실 나는 신사가 아직은 어색하고 잘 몰라서 혹은 겁이 좀 나서 덥썩덥썩 들어가지는 않는 편인데 동대사를 그냥 훑고 나왔더니 시간이 많이 남기도 했고, 나라가 생각보다 꽤 맘에 들었으므로 그리고 이름인 春 이 맘에 들어 올라가 보기로 결정.

워낙에 사전 정보없이 갔던 곳이라 한국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아 이거 이거였구나' 해야했던 곳.
이름이 가스가타이샤 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는 ㅎㅎㅎㅎ
게다가 이곳은 일본의 3대 신사중 하나라니..(중요문화재 지정) 엉겁결에 다녀온것 치곤 운이 좋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걷기 좋은 신사 가는 길.
내가 일본에 갔을때가 12월 초였는데 곳곳에 단풍이 참 예쁘게도 물들었다.




신사로 가는 길은 조용했다.
복잡복잡 동대사를 막 빠져나온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산책의 bgm은 '안아줘요'
이 순간 이 분위기에 딱 맞는 적당히 설레는 노래 ㅎㅎ



가스가타이샤에 가는 길에도 사슴이 정말 많다.
내가 이 곳에서 미리 알고있던 사전 정보는 딱 하나. 나라 공원의 사슴은 이 신사에서 관리하는데,  신사에서 모시는 신이 처음 하얀 사슴을 타고 왔다는 전설 때문에 사슴을 신성하게 여긴단다.

기분탓일까. 공원에서 만난 사슴보다 신사 주변 사슴들이 훨씬 조용하고 우아한 느낌.

뭐 다 같은 애들이겠지만 ..




올라가는 길에 도토리들이 참 많다.

문득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사슴들이 자연 먹이를 먹지 않게된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잠깐 했다. 여행의 좋은점. 익숙했던 것들이 여행을 가면 하나하나 새롭고 신기해 보인다. 작은 도토리까지 눈에 들어오게 하는 여행의 매력.




이제 점심때쯤 됐는데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
터주대감 혹은 골목대장 사슴들이 내려오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내듯 다가간다.
나라에서는 참 익숙한 풍경. 훈훈하다.



신사가는 길에 흔히 볼 수 있는 석등. 꽤 긴 길이었는데 입구까지 주욱 늘어서있다.

이 석등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세겨 기증한 것으로, 모두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8월에는 이 모든 석등에 불을 밝히는 행사가 있는데 장관이라고.

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석등에도 사슴 조각.

저 구멍엔 종이가 붙어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는데, 내려오다 보니 어떤 분이 정성스럽게 이 곳에 종이를 바르고 계셨다. 이게 무슨 의미 인지는 아직도 모름.



신사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안내판.
한국어가 없다 ㅠㅠ 귀여운 그림으로 유추해보는 수 밖에.

이상하다. 난 여행을 가면 (외국) 한국인을 만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또 이런곳에 한글이 없으면 섭섭하다.  그들이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서 편하고, 그들이 말하는 일본어를 내가 못알아 들어서 편하면서도 이런걸 보면 '그래 니네 나라다 이거냐? ):-( ' 라는 생각이 드는 이 심보는 대체.....-_-





한참을 올라온것 같은데 이제 입구인가 보다 ㅠㅠ

올라가다 여기가 입구 인가 싶으면 다시 또 한참 걷고 여기가 입구 인가 싶으면 또 한참 걸어야했던 가스가타이샤. 사전 정보가 없었으니 ㅠㅠ 마냥 갈 수밖에.
다리가 좀 아팠지만, 그냥 내려갈 수는 없었다.


한쪽에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말타면서 ..뭘..하는 거랬는데-_-
유명한거랬는데.................. 까먹었다. 분명 설명을 읽었음에도 ................. ;ㅅ;




그 옆쪽에 잔뜩 세워져있던 이것이 난 북인줄 알았는데 술통이란다.
축제가 있을때 여기에 술을 담아 마시나?? 화려하고 예쁘다. 취하기 좋겠구나.





점점 오르막길로 변하는 길.
힘들지만 가본다. 신사로 향하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여전히 한가로운 분위기. 좋구나.






초점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물 뿜는(?) 사슴의 위엄.jpg

대나무 위에 떨어진 노란 은행입이 참 예쁘다.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예쁜 나무 물컵.




오사카의 시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인데 이렇게 조금만 나오면 단풍이 한창이다.
한국서도 못한 단풍구경 실컷. 그리고 한국보다 미리 크리스마스 분위기 흠뻑.

알고간건 아니지만 나, 날짜를 참 잘 잡았다 생각한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가스가타이샤.
이런 주황색 건물이 처음엔 참 이상했는데 제법 익숙해졌다. ㅎㅎ



사실, 더 올라가면 뭔가 더 있는 것 같았는데 헤매던 나는 눈에 띄는 곳에 그냥 들어와 버렸다.
여기가 본당 인듯. 에고. 발길닿는대로 간 것도 좋은데 잘 모르니 기억도 더듬더듬.

가스가타이샤안에 매달린 등만도 천여개. 가스가타이샤의 또 다른 볼거리 란다.





앗. 그런데 안쪽으로 보니 예쁜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결혼식인듯 하다. 오옷. 본당 참배하는 곳 너머로 보이는 데다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사실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아닌지 몰라 어리버리-_-;; 그냥 너머로 구경을 했다.



결혼 기모노가 하얀색이구나 ... 흐흐. 이런 구경을 하다니, 운이 좋다.





털이개(-_-;) 같은걸로 서로 툭툭 털어주는 사람들. 뭐. 행운을 빌어 주는 의미 인가??

낯설지만 재밌는 모습들.
누군가 일본은 우리나라랑 비슷해서 재미없지 않냐며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의아해 한적이 있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 그게 일본의 매력인걸.




어느 신사에나 있는 에끼. 소원을 적는 나무판.
하트 모양인걸 보니 .. 오. 이 곳이 사랑, 인연 뭐 이런걸로 유명하구나 싶다. 그러니 여기서 결혼까지 하겠지?

한국에와서 찾아 보니 역시, 인연맺기로 유명한 신사란다.

이즈모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신에게 여러 부인이 있는데, 이곳은 유일하게 정실 부인을 함께 모신 곳으로
일본에서 하나뿐인 부부를 같이 모신 신사라고.

하트모양 판에 소원을 적으면 사랑이, 주걱모양 판에 소원을 적으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가트가타이샤 답게 사슴이 종이를 물고있다.
기념품이 될 것 같아 하나 뽑아볼까 했지만 .. 내 상황이 만약 액운을 뽑으면 정말 절망할 것 같아서 그냥 말았다. 물론 나쁜 운이 나왔을때 액땜의 의미로 묶어두면 된다지만 (평소 잘 쓰지 않는 손으로 묶어야 한다고!) 뭔가 찜찜할 것 같은데다가 .. 장난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도 없는걸.

옛날 청수사에 갔을때 친구가 액을 뽑은 적이 있는데 .. 일본까지 와서 액이라니 너무하다 싶었다 -_-;;




ㅠㅠ 돌아서려는데 소풍 온듯한 학생들이 무더기로 우르르 와서 뽑기 (짱구에 자주 나오던.. 통을 돌려 나무막대를 뽑아 신녀에게 주면 거기에 맞는 종이를 준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에잇. 나도 뽑아봤다. 사슴 보다 뭔가 더 운에 맞겨지는 듯한 뽑기.
영어 버전이 있냐고 물으니 있다기에 뽑았다. 옛날에도 한번 해본적이 있는데 그땐 일본어로 받아서 '대길' 하나밖에 못 읽고 한국으로 가져왔는데 ..

다행히 좋은 말들이다.
이때 나는 온갖 걱정과 불안을 안고 여행을 떠났었는데, 기분 탓이겠지만 어쩌면 내가 원하는 말들만 쏙쏙.
너무 조급해 하지않고 편하게 기다리면 된다는 그런 내용들.


기분이 더 좋아졌다. 가스가타이샤. 내가 와본 신사중에 최고야 :-D




5분의 1도 구경 못한것 같았지만, 왔던길을 돌아서 내려왔다.
다리도 너무 아팠고, 좋은 그 기분을 그대로 담고있고 싶어서.

여기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마주친 사슴들. 이제 이곳을 떠나면 이런 풍경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겠지.





내려오는 길에 만난 예쁜 기모노 커플.

우리나라에서 데이트할때 한복입고 절에가면 ㅋㅋ 사람들이 어떻게 쳐다볼까.
예쁘고 부럽다. 기모노를 좋아하는, 특별한 날엔 기모노를 입는 일본인들.


산책하는 기분으로 2 시간쯤 둘러보기 딱 좋은 가스가타이샤. 우연히 갔다가 정말 큰 소득이었다.
기회가 되면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곳곳을 자세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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