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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삶에 찌들었을때 쉼표가 되는 책.

#、읽고 쓰다

by 꽃띠 2011. 8. 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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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때는 (소신이라기는 너무 거창하고) 오기로? 고집으로 어려운책만 찾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두껍고 초반 전개가 지루한 책들을 읽고나면 느끼는 뿌듯함으로 독서를 했었으니까.
그렇다보니, 뿌듯함은 있었는데 친근함은 없었고
물론 한번읽은 책을 두번 읽는일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독서가 힘들어지고, 무의미한것 같아지면서 언제부턴가 책 두께가 아닌 가볍고 편하게 읽히고 한줄한줄 쉬엄쉬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공감가는 책은 아껴읽는 습관도 생기고.

오랜만에 아껴읽었던 박완서 님의 '호미'.


박완서님 하면, 역시 교과서에서 본 '그 여자네 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마치 내가 이별이라도 하는양 절절하게 읽었던 그 소설.

호미를 읽으면서 보니 일제시대를 살았던 경험을 그 책에 그대로 녹였다고 한다.


이 책은 자연에대한 경외와 감탄으로 시작한다.
사랑스런 손녀나 오랜 벗을 소개하듯 샛노란 복수초와 잘라냈으나 다시 자란 목련을 이야기한다.
풀 한포기까지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로 조근조근 소개하는 이야기를 듣고있다보면
백가지가 넘는 꽃이 피고 진다는 그 정원을 눈앞으로 보고있는듯 생생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좋은 작가라는건 알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놀랐다.
어떻게 그 나이에도 이렇게 소녀같고 유머있으신지!


그가 시키는대로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팔목이 골절이 됐다고 했다.(중략) 오른팔을 못 쓰게되어 가장 아쉬운 것은 밥먹기였다. 나는 숟갈질처럼 쉬운 건 없는 줄 알고 있었다. 두 살만 돼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지 내 왼손의 생각은 그게 아닌듯했다. 생기긴 오른손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능력은 영 그게 아니었다. (84p)

이 부분을 읽으며 어찌나 낄낄댔던지 '집에가서 엄마한테 읽어줘야겠다' 고 생각하며 페이지를 기억해둘 정도였다.


가벼운듯 강하고 정겨우면서 세련된 책.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은 도대체 어떻게 이끌어 내는걸까.

읽을땐 신나게 덮을땐 훈훈하게.
이런책이 참 좋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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