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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인줄 알았던 엄마도 늙는다

#、살다

by 꽃띠 2011. 4. 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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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매우 젊으십니다.
스물셋에 시집와서 스물넷에 저를 낳으셨으니, 제가 중학교때까지도 엄마가 30대셨죠. ^^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저희 엄마는 매우 '젊은 엄마'였고 지금은 언니같은 엄마시지요.

웃긴일이지만 누군가 저에게 '부모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면 저는
'잠시만요 .. '하고 곰곰히 계산(?) 하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나이먹은건(^^) 알겠지만 엄마는 언제나 삼십대, 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생신때 초를 적게 사가는 실수는 한두번 하는게 아닙니다. 요즘은 아예 계산해서 가지요.

완벽살림!! 주의의 저희 어머니.
말그대로 살림의 교과서 시지요.
음식도 뚝딱 청소도 뚝딱.

그러다 얼마전 엄마가 크게 아프셨습니다.
허리디스크라더군요.
매일 아프다 아프다 사시길래 파스사드릴 생각은 했어도 병원 모셔갈 생각은 못했던 저라 많이 놀랐습니다.
엄마는 젊으니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도 스스로도 물론 생각지 못했던 일이구요.

디스크가 나이따라 오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는 젊고 건강해- 라는 생각을 가진 가족들은 충격이었습니다.
엄마가 한달이나 침대에 누워서 마음대로 앉지도, 오래 걷지도 못하는 모습은요.

디스크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을 아프게했습니다.
마흔여덟의 어머니가 허리가 아파 아무것도 못한다는것은 엄마 스스로에게 큰 상처인듯 했습니다.
수술직전까지 갔다가 엄마가 수술은 절대 못한다고 하셔서 이 병원 저병원 좋다는것은 다 해봤고 지금도 치료 중이십니다.
치료보다는 재활.. 이라고 해야하나요 , 디스크는 평생 관리해야하는 병이라고 하더라구요.

문제는 허리보다 마음이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누워계시면서 마음이 많이 약해져서 한두마디하다 눈물을 보이고, 자다가 우시고, 그러셨거든요 ㅠㅠ
그러다 우연히 신문을 보시던 엄마가 "나 한식조리사 자격증 딸래" 라고 말했을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 엄마가 다시 희망을 찾는구나- 싶어서요.

그런데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25년 주부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조리사는 소금 적당히넣고 적당히 팔팔 끓이면 되는게 아니니까요.
학원에서도 합격률은 20% 정도고 학생들보다 주부들이 더 많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위축이 되긴 했지만 꼬박꼬박 학원을 다니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최종 합격은 의외로 간단(?) 했습니다.
떨어질까 싶어 시험도 조용히 ~ 보러가셨던 울 어머니^^
컴퓨터로 합격자 조회를 못하셔서 어쩔수 없이(?) 저한테 부탁을 하셨는데,
이런 감동의 결과를 함께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

"필기 시험 공부할때, 식중독균이 어쩌고 복어 독이 어쩌고.... 나오는걸 보니 정말 머리아프던데
엄만 어떻게 했어?? 엄마 정말 대단해 ^^ 실기도 보통 두번씩 떨어진다던데 어쩜 울엄만 한번에 떡-하고 붙지? 멋져멋져~ "
따라다니면서 감탄하기 선물로 엄마 기분 띄우기 성공 ^^

덕분에 요즘 어머니는 자신감 100% 십니다.
허리도 많이 나으셔서 열심히 걷기운동 중이시지요.


그래서, 제가 효녀가 됐냐구요?
물론 아닙니다 ^^; 저는 아직도 술먹고 들어가서 술국 끓여달라고 하는 철없는 딸이고
반찬투정하는 어리광쟁이입니다.
아직도 엄마를 슈퍼우먼으로 보지요.
하지만, 엄마의 새치하나하나가 마음아프기 시작했어요.

컴맹이신 어머님께 수줍게 하는 고백.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출퇴근하느라 바빴을텐데 나 출근할때 배웅해주고 퇴근하면 집에있어주니 정말 좋아. 게다가 조리사 엄마는 멋지기까지해 사랑해 엄마"

마지막으로 제 또래 모든 딸들에게 참견 한마디 합니다.

엄마는 항상 젊지 않으십니다. 시집가고 딸 낳은다음에 느끼지 말고 지금 엄마를 더 가까이서 보세요.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허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 지기 시작하는 엄마를.
슈퍼우먼인줄 알았던 엄마도 나이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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