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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나온 친구의 하소연

#、생각하다

by 꽃띠 2011. 3. 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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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고향은 충남 공주 입니다.
대학교때문에 대전으로 이사와서 약 5년정도 살고 있고 공주에선 태어나서 20살까지 20년을 살았지요.
초중고 학교를 공주에서 나와 학창시절을 공주에서 보냈습니다.

저는 공주여자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주여자 고등학교로 진학하였습니다.
대전으로 이사와서 고등학교까지 단짝친구로 지냈던 몇명 빼고는 거의 연락이 끊어졌고
특히 중학교 친구들은 간간히 듣던 소식마저 끊어졌습니다.

 


여자중학교에서 양궁을 하던 내 친구

 

중학교때 친했던 친구중에 양궁을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학교 한쪽에 양궁부 합숙소가 있어서 (운동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렇듯) 수업시간에도 거의 그 합숙소에서
운동을하며 보냈죠.
시험시간에도 잠깐 들어와서 모든 문제를 찍고 나가서 운동을하거나, 잠자기 일쑤였습니다.
피곤하기도 했겠지만 수업을 듣질않으니 아는 문제도 없었겠지요.
그러다 팔목부상을 당해 더이상 양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고3이된 그 친구는 남들은 3년간 할 공부를 1년안에 했어야 했습니다.
워낙 밝고 재밌던 친구인지라 금방 현실에 적응(?)하고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하더군요.
쳐다보지도 않던 교과서였지만 , 수업을 듣다보니 1년사이 성적이 쑥 올랐습니다.
그 당시 저희 지역 고등학교 입시는 100% 내신제로 1,2,3학년 성적을 합쳐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제도였습니다.
그 친구는 3학년때 성적은 좋았지만 1,2학년때 정말 바닥이었는지라
지역 실업계인 농업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잠깐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는걸 보니 아깝다며 전학을 가서 다른지역 인문계로 진학할 것을 권했으나
그 친구는 그냥 농업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저는 인문계로, 그 친구는 실업계로 진학하며 점점 소식이 멀어지게 되었고 결국 끊어졌지만
가끔 수영(가명)이는 어떻게 살까.. 하며 궁금해 하던 차에
정말 우연히 인터넷 미니홈피를 통해 연락이 닿았고 공주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중학교 졸업식날 사진입니다.. 저 정도 길이 단발도 겨우겨우 길렀답니다 ^^;;

 


전문대생의 한계를 느낀다는 친구 

단발머리였던 친구는 어느새 생머리를 길게 기른 이쁜 아가씨로 변했습니다.
머리가 길었다는 것 빼고는 중학교때와 달라진것 없이 착하고 밝은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입학해서 가끔 시내에서 마주친것 빼고 9년만의 만남이었습니다.

 친구는 농고를 졸업해 지역 2년제 대학으로 진학했다고 했습니다.
졸업을 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취업을 했지만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3년을 지내다 얼마전 공주로 다시 내려왔다더군요.
성적에 맞춰 억지로 진학한 대학교의 컴퓨터 학과는 적성에도 맞지 않았고 전문대라는 꼬리표는 졸업을 해서도
자신을 따라다니며 채울 수 없는 허무함만 늘어갔다고 했습니다.
"4년제 졸업한 넌 모르겠지만 .. 2년제 졸업한 우리는 항상 그런게 있어. 그만큼이 모자른거지"
친구는 쓸쓸히 웃으며 말했습니다.
적성에 맞지않은 전공으로 취업을 하다보니 회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경력이라도 쌓자는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3개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고, 자기는 지방 전문대 졸업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어서 이직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매번 같은 자리에서 맴돌아. 더는 올라갈 수 없는 무언가가 막고있는 기분이야"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면 ..

그 친구는 말했습니다.
고등학교 원서를 쓸때, 선생님들이 이사를 가서 인문계로 진학하라고 했을때
자신은 모든게 귀찮았다고 했습니다.
조금 공부하니 성적이 쑥 오르는걸 보니 신나기도 했지만 막상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농고로 진학을 했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것 같다고 하더군요.
친했던 나는 여고 (인문계) 교복을 입고 자신은 실업계 교복을 입고 마주치면 속상했었다고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을 듣지않고 실업계에 간걸 후회한다며 말했습니다.

"내가 그때 인문계 고등학교로 갔다면, 지금 뭔가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그 친구의 쓸쓸한 웃음이 아직도 마음에 남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꿈이 없다고. 쉽게 포기하고 쉬운길만 찾는다고.
하지만 친구에게 저는
"포기하긴 아직 일러! 우린 아직 젊잖아!!" 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도덕 교과서나 청소년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그 얘기는
혈실에 치이고 상처받은 친구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쉬운길만 찾기때문이 아닙니다.
현실의 벽이란게 투명한 유리같아서 남의 눈으로 봤을때는 충분히 더 앞으로 더 높이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부딪혀본 본인은 너무 아파서 더 도전할 용기를 잃고 만 것 같았습니다.

저와 헤어지며 친구는 이력서를 쓰러간다고 했습니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착하디 착한 제 친구가 다시 꿈 꿀 수 있기를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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