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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 사건으로본 초라한 언론에대한 단상.

#、생각하다

by 꽃띠 2011. 8. 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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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블로거는 아니지만 블로그에 사회적 이슈에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주저하게 된다.
물론 미천한 사회 경력과 영글지않은 주관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 사건이 누군가가 비판받는 일이라면 (거의 그러한 경우가 많기에)
아무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에게 날아드는 돌중에
하나의 모래알도 되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트위터에 한두줄 적다보니 점점 '이건 진짜 아닌데...' 싶어지는 한예슬 사건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1. 드라마 스파이 명월과 여주인공 한예슬

소위 한예슬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번일에대해 사건의 개요를 읊지 않아도 하루 한시간씩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친절하디 친절한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번 사건을 보도해왔다.

평소 배우 한예슬을 긍정적으로 보아왔던 나에게도 이번 사건은 관심거리였다.
촬영을 펑크냈다더니 연출자 교체 요구를 하다 미국으로 가버렸다?
가뜩이나 자극적이고 재밌는 일만 찾아대는 사람들에게 이 얼마나 영양가있는 가십인가.
게다가 그 사건의 중심에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있다.
주인공 OK 스토리 OK.
하루에도 수십편의 소설과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기에 충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의견은 이렇다.

배우 한예슬은 직업 윤리를 어겼음에 비판받을만 하다.
'이런 드라마에 출연합니다'라고 한 이상 그 드라마를 끝까지 이끌어야함은 당연할 것이다.
인간이기에 약속을 지켜야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니까.
그런면에서 이 자체만으로 한예슬은 뜯길 빌미를 제공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비판받아야 하는 일은 직업윤리를 어겼다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가 (나같은 네티즌, 일반 시민) 득달같이 일어서서 그녀의 사생활이나 개인의 인격을 가지고 부르르 할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2. 비겁한 방송국

KBS 로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을까.
그들의 말대로 '전무한 초유의 사태'임에는 확실하다.
그동안 촬영장에서 도망간 여배우가 한둘이겠냐만은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전에 마무리가 되었겠지.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은 '한예슬이 도망갔다'고만 하지 '왜 도망갔다'는 그닥 신경쓰지 않는것 같다.

양동근의 트위터


한예슬은 프로다.
내가 이제껏 봐온 그녀는 발랄했고 긍정적이었다.
이쁘고 편한 역할만 찾는 여배우도 아니었다.
커피와 와플을 앞에두고 꽃같이 웃을때도 있었지만 짜장면을 범벅해서 먹고 구르고 카메라가 깨질듯 캬르르 웃기도 하던 그녀 아니던가.

아니, 설사 나는 그녀의 이미지 관리에 속아왔던거고 사실은 온실속 꽃처럼 살길 원했던 영악한 배우라 할지라도 그렇다면 더더욱 이런 사건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지에 얼마나 타격이 갈지 배우 자신이 가장 잘 알았을 테니까.

그녀를 미국까지 도망가게 한건 무엇인가.
그녀의 무책임함? 스타의 거만함?
아니, 인간을 한낱 돈벌이용으로만 보는 방송국이다.

작년 연예시상식에서 문근영의 수상소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드라마 제작환경의 척박함에대해 자주 들어왔다.
카메라 앞에서 생글생글 무조건 '괜찮습니다' '행복합니다'만 외쳐대던 배우들이 '힘들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쪽대본이라는 말을 알게되고 내가 제시간에 방송을 보기위해 얼마나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도 듣게됐다.

한예슬이 '일주일에 5일 촬영'을 요구했다고 들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그럼 일주일에 7일을 촬영했단 말야?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 직업인들에게 묻는다.
일주일에 7일 일하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모르나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개콘 음악 나올때부터 몰려드는 짜증과 피곤함을 알텐데.

한예슬 관련 KBS 공식입장 발표


KBS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예슬의 편의를 최대한 봐줘왔다'며 민형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KBS의 발표가 왜 내 눈에는 '다 참는데 왜 너만 그래'로 보였을까.
살인스케줄은 없었다고 하지만 정말 아니었다면 드라마 한두편 해본것도 아닌 데뷔 10년이 넘은 배우가 뭐하러 이렇게 큰일을 일으켰겠는가.
오죽 힘들면, 오죽 못참겠으면 ...

KBS는 비겁하다.
분명 이번 사건을 만든건 KBS인데 한예슬을 마치 '시집살이도 안시켰는데 온 집안 보석 다 훔쳐서 야반도주한 며느리'로 몰고있다.
하긴 원래 때리는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아픈 법이니까.


3. 신문, 사또뒤에 붙은 이방같더라.

더 부끄러운건 그 외에 언론들이다.
사막에서 쫄쫄굶다 눈꽃빙수와 삼겹살을 만난것처럼 눈 뒤집어져서 뜯어먹는 행태들을 보면서
참을수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여러 신문, 통신사, 인터넷 신문사의 기사들.




공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이 제목들을 보라.
그나마 맨 아래 KBS 옆에 쌍따옴표를 붙여 인용으로 순화시킨 제목은 양반이다.
국민 싸가지, 성토, 폭로 .... 클릭수가 탐났는지 난도질이 신났는지 일제히 자극적인 제목들 일색이다.
배우,방송사,제작사가 한목소리로 비난한다며 한예슬을 외딴섬 만들기에 분주하다.
한글이란게 참 아다르고 어다른 거라서 언뜻 사실 자체를 말하는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글쓴이의 의도를 풍기게 마련이다.
위 제목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일한 아무도 한예슬 말에 동조하지 않으며 '싸가지 없는 개인 성격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지않은가.

한예슬 결혼의혹 기사들


덩달아 쏟아지는 마치 한예슬이  돈많은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믿고 일을 저질렀다는 식의 기사는 더 가관이었다.
주인공이 이쁜 여배우인데 로맨스가 없으면 섭섭해서 그랬나?

재력가 연인이래서 다행이다. 재벌가 유부남이나 타 방송국 국장급 임원이 아니라서.



4, 한예슬, 돌아와라 그리고 웃어라!

지금쯤 인천공항에서 어제부터 밤새서 죽치고 앉아있을 많은 기자님들이 눈에 선하다.
그 중에는 정말 보도를 위한 분들도 계시고 소설을 위한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비행기를 타는 그녀의 마음은 흔히말하는 '도살장 끌려가듯' 이겠지.
아무리 밝고 긍정적인 사람도 충분히 위축되고 무서울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제발, 힘없는 여인에게 재미로 돌을 던지지 말자.
드라마 못봐서 서운했다고, 미국가서 영영 안올까봐 걱정했다고.. 그렇게 말해주자
근데, 드라마 인기없는게 배우들 탓인가?
이쁘고 잘생기고 연기잘하면 뭐해? 내용이 난잡한데..

한예슬씨,
솔직히 스파이 명월은 좀 재미없었어요. 다음부턴 스토리도 안정되고 말이 좀 되는 드라마에 출연해 주세요. 예고편에서 '간나새끼..'할때 엄청 기대했는데 이건 뭐 갈수록 얘기가 산으로 들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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