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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04. 플래너 없이 결혼하기-첫 번째 후회 (사진 보정)

#、살다

by 꽃띠 2024. 2. 1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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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쩐지 순조롭게 흘러간다 했다 ^^ 

예약도 하고싶은 업체 술술 잘 되고, 하고싶은거 하고 안 하고싶은건 안 하면서 짝꿍이랑 싸우지도 않고

어쩐지 술술 풀린다 했더니 첫 번째 브레이크가 걸렸다. 

사진 보정 , 정확히는 온라인 사진 보정업체를 통한 사진 보정 후기.


1. 개요

이상하게 20대부터 결혼 한다면 스튜디오 사진은 찍기 싫었다. 야외 스냅 사진에 관심이 갔다가, 그나마도 귀찮아진 나이. 

다행히 남자친구도 사진 촬영 로망이 없어서 다 한다는 스.드.메는 생략. 
패키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 준비 과정에서 사진이 전혀 없다보니 식전 영상이나 청첩장 만드는 데 좀 어려움이 있어서
(셀프 제작 썰은 다음으로) 
공주 놀이 없이 사진만 찍자 생각했다.

사진관을 예약하고, 사진을 찍고, 보정은 전문 업체에 따로 맡기자- 여기까지가 계획.

 

2. 발단

인스타를 돌다가 내 알고리즘에 걸린 한 업체.

야외 사진 보정을 아주 기가막히게 했더라. 3XL 사이즈의 팔뚝을 소녀시대로 만들어 놓음.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움에 반한 나는 견적을 받기 위해 메일과 시범 삼아 사진 몇장을 보냈는데,

사진 앨범도 포토 테이블도 하기 싫은 나는 정말 '최소한'의 사진만 보냈고 마음에 들면 여러장을 맡기자는 생각이었는데,
여기까지도 의심은 없었다. 전문가 보정이니까. 

10여 년 직장 생활의 동물같은 촉이 아니었을까. 이런 나 칭찬해(...)

3. 정점

5장? 6장? 정도 보낸 사진은 소량이라 '긴급'으로 분류되어 (왜?) 추가 금액이 붙었지만, 총 금액이 비싸지 않아 견적을 받고 OK를 하고, 보정을 진행했다. 

원래는 내가 사부작이 포토샵을 해볼 요량이었으나, 전문가가 해주면 뭔가 다르겠지 기대했고 내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놈의 성격 때문에 결혼 준비도 무슨 레포트 쓰듯 하던 중이라 이정도는 좀 편히 가도 되겠지 싶었다. 

'긴급'으로 처리된 보정본을 받았는데요 .. 

아,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보정 강도 '중'으로 요청했고, 총 3번의 보정본을 받았다. 

한 번은 최초 의뢰, 두 번은 수정 요청이었다. 

지금부터 '전문업체'라고 광고하는 곳의 보정본을 공유한다. 

1차 보정사진(왼쪽)과 2차 보정 사진

왼쪽이 첫 번째 수정으로 받은 사진, 오른쪽이 재보정 했다고 받은 사진이다.

재보정 요청 사유는 '얼굴형이 부자연 스러움'이었다. 
광대와 옆 라인은 그대로 두고 턱만 보정해놔서 매우 이상해 보였다. 턱을 살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요청했다. 

광대와 팔자 주름도 원본 그대로 남아있길래 지워 달라고 요청했다. 
업체의 대답은 웃는 사진에서 광대와 팔자 주름을 보정하면 어색하기 때문에 보정하기 어렵다 였다. 
그렇다면 얼굴형 만이라도, 자연스럽게 조정해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받은 것이 오른쪽 사진이다.

...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 같은건 내 기분 탓인가. 

원본(왼쪽)과 1차 보정 사진

이건 더 가관이다.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1차 보정 사진이다. 
피부화장이 잘 된게 어찌나 고맙던지. 아니 내가 아무리 자연스럽게 해달라고 했다해도, 자연인을 원한게 아닌데 ...?

 

세상에나 짝눈 보정도 안 해줄 줄이야. 
짝눈 보정을 왜 안해주셨냐 물으니 미의 기준은 다 다르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은 부분은 건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 처럼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혹은 '예쁘게 해주세요' 라고 하면 안 해주고, 
'여자 왼쪽 눈 오른쪽 눈 크기 같게 해주세요' '광대 지워 주세요' '피부 밝게 해주세요' 등등 매우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 미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 (아니 짝눈이 애초에 미의 기준의 문제인가..?)

두루뭉술 말한 내 죄다 싶어서 짝눈 보정해 주세요, 재요청 했더니 추가금을 내야 한단다.
보정 비용은 한 장당 천원. 추가금이라기에도 민망한 적은 금액이었지만 빡쳐서 취소함. 

애초에 짝눈 보정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 수준인데, 미의 기준을 들이 밀더니 돈을 요구해? :(

내가 하고 말지, 하고 취소했다. 

무엇보다 열받은 것은, AI 상담인가 싶은 말투였는데,

 

계속 이런 식이다. 내가 문의를 하면 '메일 참고해 주세요~' '말씀드린 부분입니다~' 

SNL에서 보던 '나가주세요' 인줄... 

두 번째 보정본이 첫 번째 보정본이랑 아무리 봐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 내가 포토샵으로 올려서 두 개를 겹쳐봤더니
정확히 일치했다. 
혹시 수정본 파일이 잘못 온건가 싶어서 얘길 했더니 저런 답을 받았다. 

요청하지도 않은 붉은기 제거는 왜 어렵다는 거야. 나 누구랑 말하니..?

할많하않. 

 

인스타 광고 보고 속은 내 죄지.

몇 만원 날렸다 생각하고, 접었다. 

내가 노동하고 말지... 정신 건강에 해롭다 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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