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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01. 플래너 없이 결혼하기-프롤로그

#、살다

by 꽃띠 2024. 1. 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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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여배우가 결혼을 발표하면서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라고 한 말이
유난히도 오래 기억에 남더라니, 나에게도 일어나고 말았다. 

내 인생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 결혼이. 

난 외로움을 타는 편이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썩 나쁘지 않았고, 사람보는 눈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며, 운에 기댄 연애를 했고, 살면서 단 한번도 가정을 꾸리는 것을 목표 삼은적이 없으니 결혼은 마냥 남의 일이었다. 

서른이 훌쩍, 아주 후울쩍 넘은 나이에 결혼을 결심하고 나니 좋은점은 
1)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게되고
(인생에서 ‘쟤는 이거 했던데…’란 생각은 하루라도 빨리 버리는게 낫다. 올리브영보다 심한 개미지옥이거든.) 
2) 내 취향을 나 스스로도, 울 엄마도 잘 알기때문에 결정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 같아도 이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의외로 안그럴 줄 알았는데 그러는 것이라면,
1) 남자친구 부모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과 
2) '한번 뿐인 결혼식인데’라는 말에 '앗 역시 그런가' 하게 된다는 것. (물론 제 정신으로 금방 돌아오지만)

나에게 역사적인 일이므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인생 2막을 여는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일단 나는 
-평소 결혼 및 결혼식에 큰 관심이 없어 로망도 없었고 
-취향이 단순하지만 확고하며
-남의 말 잘 안 듣는 스타일이라
애초부터 플래너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결혼 앞두고 누군가와 꾸준히 싸우기 싫었으므로. 
(안 싸우는건 애초 보기에도 없음)

마침, 지금 내가 거주하고 근무하는 곳은 서울이지만 내 고향은 대전이어서 ’서울 밖에서의 결혼‘이 고려 가능한 것도 큰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번뿐인 결혼식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출퇴근과 결혼준비를 동시에 하며, 일도 결혼도 다 잘하고 싶은, 동시에 나 좋은건 하면서 양가 부모님 마음도 안 상하게 하고싶은 신부님이라면 한 두명쯤은 공감해주지 않을까 싶다. 

해보자.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 결혼, 내 맘대로. 

(스페샬 땡스 투. 기본 취향이 같고, 어지간 하면 “응”이라고 대답해주는 남친봇.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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