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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수술 후기) 1. 들어가며

#、살다

by 꽃띠 2022. 3. 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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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얼마만이냐 블로그.

즐거운 이야기로 시작하면 좋겠지만 완전 오랜만에 '긴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최근에 받은 수술 이야기다.
자궁에 근종이 발견된 것은 몇년 됐지만 사실 워낙 흔하기도 하고, 크기가 유독 큰 것도 아니어서 방치하고 살았다. 
우리의 삶은 근종이 아니어도 충분히 복잡하니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그러다 올해 들어 하혈이 잦아졌고, 덩달아 빈혈도 점점 심해졌다.

"이제는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는 동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내 수술 경험을 기록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자궁근종이 여자들에게 흔하다고는 하지만 약 좀 먹는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해야한다.
내 주변에도 이미 20대에 수술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근종 28개를 뺐다는 사람도 있었다. 
(28개라니. 누가 28번을 꼬집어도 아플 마당에.... 배꼽으로 무언가를 28개나 빼냈다고 생각해 봐라)

아무리 흔하지만 내 얘기는 아닌 것 같았던지라, 나는 평소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이 닥쳐서 당황만 했다. 

내 인생에서도 기록 가치가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혹시나 누군가, 수술을 앞두고 혹은 수술을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질 때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록을 시작한다. 하나더 덧붙이자면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또한 내 글에는 총 세군데의 병원이 나오는데 솔직하게 내 느낌 그대로를 적을 예정이지만 그 당시 내가 느낀 것과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지 비난의 의도는 없음을 밝힌다.


선생님, 저 출산할 수 있나요?

내가 처음 찾아간 병원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었다. 무작정 집에서 가장 가까운 큰 병원에 갔다. 

내 경우 근종이 크지는 않았지만 내막에 매우 가까이 있어서 (내막 안에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가까웠다) 피가 많이 났을 뿐 아니라 수술이 까다로웠는데 세브란스에서는 개복수술 이야기를 했다.

"수술은 개복으로 진행될 거고 로봇수술도 가능하지만, 로봇수술이 불가능 한 위치일 수도 있습니다."
젊은 여자의사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어도 수술을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게 많았기 때문에 다른 병원도 가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강남성모병원이었다. 
이 분야 전문 교수들이 많고, 그 당시 가장 가깝게 예약할 수 있는 병원이기도 했다. (그래봤자 두 달뒤)

담당 교수는 인자한 미소를 띄며, '엄청 까다로운 위치'이기 때문에 옛날 같았으면 어려웠을 수술이지만 걱정 말라며, 지금은 의술이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상냥하고 다정하며 믿음직한 설명을 듣고 나서 어이없게도 내가 가장 먼저 물은 질문은 "선생님 출산에 문제는 없나요?"였다. 나는 임신이 계획돼 있는 것도 아니고 출산과 육아에 뚜렷한 철학과 욕심, 목표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왜 이런게 궁금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안'이 '못'이 될까봐 걱정이 됐던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환자분들께 늘 말씀드리지만, 저는 애 열명 낳을 수 있는 자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정했다. 가톨릭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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