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영화 전차남
1. 첫느낌
처음, 카톡을 할 때 말투나 분위기는.. 특별히 좋을것도 없지만 나쁠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프사에서 보인 모습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으나, '뭐 실물은 좀 다르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수십번(!)의 소개팅 경험에서 말하건대,
사진빨은 오히려 남자가 더 심하다.
여자들은 주로 사진이 더 이쁘지만, 남자들의 경우엔 실물이 낫든 사진이 낫든 그걸 떠나서
사진과 실물의 괴리감이 실로 어마어마한데, 사진이 실물보다 못나온 경우도 적지 않게 봐온지라
프사는 믿지 않는다. 다만, 프사를 보며 그 사람의 분위기 혹은 취향을 미리 파악한다.
이 남자 카톡의 특징이라면, 이모티콘을 많이 쓴다는 건데,
... 이런식이다.
무뚝뚝한 말투보다는 낫지- 싶다가도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저 표정들을 보고있자면..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좋아서 웃는게 아니다)
특히나 내가 기분이 별로일때 저런 밝은 이모티콘이 첨부된 대답을 받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 나 지금 짜증난 거거든?
이모티콘이 맥커터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2. 첫인상
수줍은 웃음과 갈곳 잃은 눈동자.
듣던대로 그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
얼굴이 나를 향해 있을 때는 대화의 절반을 눈을 감고 말했으며 대부분 허공 또는 바닥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말 수가 적은 편은 아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미안하지만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듯 하여, (착했다)
이래저래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도통 잘 맞는 부분이 없었다.
예를들어, 우연히 책 얘기가 나와 나한테 책을 좋아하냐고 묻길래 좋아한다고 대답했더니
어떤 책을 읽었냐고 묻더라. (이 물음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되묻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다가
읽어 보셨어요? 라고 물으니
"아뇨 저는 책 안읽어요" 란다.
아.. 네..
무엇보다 대화가 자꾸 뚝뚝 끊어졌는데
뭐.. 이런식?
지금 철도 아닌 음식을 왜 추천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 이 사건이었는데
이 대화가 더 공감이 가려면 전 대화부터 봐야하는데 굳이 다 공개하지는 않겠다......
계속 빙빙 돌리는 말을 하고, 반문하고 하기를 이어가다가
무슨일이신지 궁금하긴 하지만~
이라는 말이 무슨일이 있는건지 물어본거라는 말에
폭 to the 발
그냥 '무슨일 있으셨어요?' 라고 물어도 될텐데.. 왜 저렇게 하는걸까?
조심스러워서-라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답답했다.
하아, 카톡으로 나눈 얘기는 좀 한정적이라 '폭풍 공감'을 느낄만한게 없는게 아쉽다.
나의 고구마를 다 담을수가 없구나.
무엇보다 힘든점은, 나랑 지향하는 바가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나이 얘기가 나오면 '어려보이니 걱정 마세요'
친구 결혼 얘기가 나오면 '부러우시죠?' 이런 얘기로 이어지는게 참 싫었다.
난 전혀 신경 안쓰는데 왜 위로 받아야 하는거지 ㅎㅎ
멋대로 위로하지 말라고 ):-(
3. 지나친 배려심이 낳은 파국
결정적으로 이 남자, 연락이 없다 ..
나한테 관심이 없는건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라며..
어느정도로 연락이 없냐면, 얼마전에 두번째로 만났는데 그날 헤어지고 나서 잘들어 가라, 잘자라 한 뒤로 3일째 전혀 연락이 없었다.
.... ㅋㅋㅋ 나 까인건가..? 싶은데
처음 만나고 나서도 이런식이어서
'마음에 안드시면 안든다고 하셔라'라고 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사실 누가 먼저 연락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내가 먼저 했었는데- 이게 반복되니까 화가 나는거다.
아니 대체 내가 왜?
서투르다고 이해하고, 소심하다고 이해하기에는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이 너무 싫다.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누굴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럴 수 있다고 한들, 그 정도 정성을 아무에게나 쏟을 수는 없잖아?
착하지만 소심한 그대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