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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킹/현실과 판타지 사이 어디쯤

#、보고 쓰다

by 꽃띠 2017. 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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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2017)

조인성, 정우성 주연 / 한재림 감독

 

*스포일러 있음*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개천에서 용 안나는 사회다.

용이 용을 낳고 뱀이 뱀을 낳는다. 아니, 용이 용으로 크고 뱀이 뱀으로 큰다.

콩 심은데 콩 난다는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

 

개천 용이라는 '드라마틱'한 성장 드라마는 더이상 감동을 주지 못한다.

'지나친 판타지'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속 개천 용 태수(조인성)는 매력있는 캐릭터다.

배우 조인성의 힘도 있겠지만, 개천 용이 아무리 판타지라 한들 '모태 정의'보다는 현실적이기 때문일지도.

 

우연히 갖게된(?) 민주투쟁 스펙에 종잇장 같은 정의감은 태수를 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줬다.

 

양아치 아빠 아래서 자란 양아치. 권력의 단냄새를 맡고 '힘'을 위해 명예를 탐하다 용이 된 뱀.

태수의 욕망은 분명하다.

정의,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써의 책임감-그보다 훨씬 더 본능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을 품고 검사가된 태수는

99%의 직장인 생활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1%'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조건은 타협. 단 한번, 눈을 감은 보상으로 99%에서 1%가 된다니 이 얼마나 꿀 같은 일인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지역 유지 아들의 뻔뻔함과 건방짐이 목에 탁, 걸리긴 했지만

그건 애초에 정의감 때문은 아니었고 '니가 감히 검사 앞에서?'라는 우월의식 때문이었으니 그까짓것 더 위로 가기 위해서는

꿀꺽 삼켜버리면 그만이었다.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열배 올려준것 정도면 할만큼 한거니까.

비록 피해자는- 그 어린 아이는 다시는 그 나쁜놈을 다시 보지않게 해달라며 바들바들 떨었지만,

비록 피해자 엄마는 앞으로도 그 아이를 지켜줄만큼 든든해 보이지 않았지만,

돈 오천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 않은가.

 

태수의 독백은 없었지만

피해자 엄마가 고맙다며 신문지에 싸온 김밥을 꼭꼭 씹어 꾸역꾸역 먹는 그 장면에서 나는 어쩐지 태수의 마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타협. 그리고 꿀꺽.

힘겹게 삼키는 김밥이, 그 장면이 ... 좋았다.

 

 

 

 

 

 

 

 

 

열려라, 1%의 문

 

 

모든 일이 그렇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 세번째는 덜하다.

꾸역꾸역 삼켜버린 김밥은 어느덧 시원하게 소화가 되어버렸고 이제 남은것은 태수 앞에 뚫린 고속도로 뿐이다.

1%의 검사 세계에서 태수는 권력을 만들고, 주무르는 광경을 본다.

더 높이 뛰기 위해서 움츠리는 것, 남을 밟고 도약하는 것, 그렇게 뛴 자리에서 발 아래 세상을 보는 희열.

그 달고 짜릿한 맛에 태수는 점점 빠져든다.

 

최근에 새삼 깨달은 사실은,

권력은 스스로 쌓아 가는게 아니다. 결국 누군가 짜놓은 틀 안에서 시나리오 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더라.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시나리오.

알고보면 이것 참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 저급하고 유치하고 단순한 것이 의외로 잘 먹혀든다.

사람들은 알면서 당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게다가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이들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다.

 

권력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한강식의 입을 통해 나오는 대사는 뼈아프다.

친일파는 떵떵 거리고 살고 독립군의 후손은 밥을 굶는다. 이것이 역사.

정의로운 사람이 잘된 역사는 없다. 역사는 보고 배워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니까.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 허언이 아니다. 그들의 철학이며 신념이다.

어쩌면 가장 강력한 소망일테고.

 

개천에서 놀다가 여의주를 주무르게된 태수는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간다.

대한민국 실세 검사 한강식의 라인이 된 그는 한손에는 검사의 권력 한손에는 부자 아내의 재력을 쥐었다.

뭐, 이정도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긴 하다.

좀 위태위태하기는 하지만 떨어질 때를 대비해 적당히 올라가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갈 때까지 가보는거지.

 

 

 

 

 

 한강식 그리고 정우성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첫째는 잘생겼기 때문이고, 둘째는 잘생겼기 때문이고, 셋째는 미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넷째는 이건 뭐 앞에 세가지 이유에 비하면 사소한건데,

선함과 똘끼가 공존하는 눈빛이 좋다. 어쩐지 이 남자가 말하면 신뢰가 가면서 묘-한 씁쓸함이 남는데 그러면서도 씩-웃는 웃음에 무장해제 .. 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개인적으로 정우성은 나이가 들어 꽃미남기가 적당히 빠지면서 더 멋져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20대의 정우성보다 40대의 정우성이 좋다.

20대의 그가 순수한 꽃미남이었다면 40대의 그는 좀 더 단단한 미남. '꽃'을 떼고 '빛'을 달았다. 빛난다는 얘기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한강식을 그보다 더 잘 연기할 배우가 있었을까?

주연이라면 주연이고 조연이라면 조연인 그 역할이 어쩌면 배우 정우성에게는 좀 작아보이기도 했지만

그는 멋졌다.

어휴, 잘생겨서 더 멋졌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감독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더킹은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핫한 요소를 몇가지 품고있다.

다음 대통령을 맞히기위해 무당을 찾고, 특정 후보를 떨어 트리기위해 굿을 하는 모습은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몇몇 한테는 좀 뜨끔했으리라. 워낙 많은게 터져나와서 무당, 굿 이런 단어들은 이미 옛날일이 되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으니까.

 

그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특정 인물이 떠올랐는데,

막강한 권력의 검사. 최고 권력을 쥐락펴락 하는, 국회의원쯤 우스운 검사.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 겹쳐지는지.

정우성이 잘생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조금만 더 거만하고 욕심이 두덕두덕 붙은 얼굴이었다면 보기 괴로웠을 것 같다.

검사한테 잡혀들어가서도 당당한 모습까지 어찌그리 닮았을까.

 

 

 

역사는 반복되는 거야

 

중간에 좀 지루하기는 했지만, 혹평을 할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다.

'변호사' 정도의 묵직함은 아니었지만 몇몇가지 이유로 나는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 태수가 김밥을 꾸역꾸역 넘기는 장면은 내가 꼽은 베스트.

두번째는 태수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당선되고 끝났으면 영화였을 테지만

"난 모른다"는 대사 때문에 이 영화는 현실이 된 것이다.

나에게는 이 대사가 "마치 알면서 또 당하는 역사, 언제까지 반복할거야?"라고 묻는 것 같았다.

동시에 왜 눈 크게 뜨고 살지 않으면 안되는지, 왜 적당히 타협하고 화합하면 위험한지 말해주는 것 같아 뜨끔했다.

 

분열을 경고하고 화합을 서두르는 목소리는 위험하다.

이정도면 됐겠지-라고 타협하면 안된다. 갈등이 오래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게 아니다.

썪은게 뿌리 뽑힐 때까지 쳐내야 한다. 그때까지 한눈팔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플러스. 미녀는 괴로워 이후로 처음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배우 김아중이 반가웠다.

담배를 피고 거칠게 굴어도 도도하고 우아했다. 검사 남편에게 날개가 되어줄 정도로 능력있는 여자.

태수의 '검사' 명함이 마음에 들었지만 구질구질하게 그 명예에 매달리지 않는다.

바람폈어? 그럼 꺼져. 아, 이런 쿨함이라니!

 

언니, 우정출현인데 너무 돋보이는거 아닙니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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