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끝, 해남에 섰다.
별다를 것 없던 파도도, 바람도, 바위도 특별해 보였다.
이 땅의 끝. 최남단, 해남.
끝.
마지막.
지금의 나에게 '끝'이란 참 잔인한 단어다.
더이상 발 디딜 곳 없는 벼랑에 와있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짐을 싸서 떠났고, 나는 지금 '토말'에 서있다.
그런데 막상 정말 '끝'에 서고 나니
이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든다.
눈 앞에 저렇게 많은 섬이 있는데, 끝이면 어떤가. 벼랑이면 어떤가.
이 길이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했던 20대 초반의 나는 마지막인 것 같은 순간마다 무너졌고 두려웠다.
공포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자리에서 떨기만 했다. 누가 먼저 손 내밀어 줄 때까지.
20대 후반의 나는
마지막인 것 같은 순간이 여전히 무섭고 떨리지만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다독이고 보듬고 있다.
누가 먼저 길을 터주지 않아도 내가 길을 더듬어볼 생각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심장은 콩닥거리고 불현듯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단체 여행객을 피해 일부러 전망대를 오르지 않고 해변길을 따라 걸으며 땅끝탑을 찾았다.
한여름 처럼 햇볕이 강렬했다.
길 떠나기 전, 추위가 두려워 준비했던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
나의 끝에도 이렇게 쨍쨍한 햇볕이 비춰주길.
+)
배가 고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부터 탐색.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추천받은 곳은 아니었는데, 관광센터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관광센터 바로 앞 횟집에서
해물된장찌개를 먹었다.
맛집.. 이라기엔 뭐하지만 깔끔하고 나쁘지 않았음
오분자기?? 맞을까.. 오분자기 인줄 알고 먹었는데. 전복 닮았으나 작은.
특히 그게 잔뜩 들어 있었다.
전날 먹은 술 해장겸 먼길 달려온 속 달래기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