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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달래는 잔잔한 일상 '카모메 식당'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5. 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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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2007)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코바야시 사토미 주연

코미디, 드라마

 

마음이 심난할 수록 잔잔한 영화를 찾게된다.

나른한 주말 오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영화를 보기로 했다. 어릴땐 일본 소설도, 일본 영화도 참 별로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밍밍하고 심심한 느낌이 종종 그립다.  끝나고 나서 '우와' 싶은 것은 전혀 없지만, 나도 모르게 웃게되는 그런 영화.

 

 

 

 

 

 

 

1. 핀란드 어느 골목 작은 일식집

 

핀란드 어느 골목에 자리잡은 '카모메 식당' 핀란드 사람들에게 일본 음식을 알리고 싶다는 야심찬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한달째 파리만 날리는 상태다. 하지만 식당 주인 사치에는 별다른 홍보도 없이, 소님들이 길가다 부담없이 들어와서 편안하게 보통의 

일본 음식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어느날 카모메 식당을 찾아온 첫 손님은 핀란드의 젊은 청년.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 청년은 사치에 에게 만화 주제곡을 묻지만 사치에는 영 아리송 하다.  하루종일 주제곡 첫 소절이 머리에 맴돌던중 우연히 만난 관광객 미도리를 통해 주제곡을 배운다.

미도리는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눈을 감은채 아무곳이나 찍어 여행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사실 여행이랄 것도 핀란드를 찾은 뚜렷한 이유도, 언제 돌아갈지 계획도 없는 상태. 우연은 인연이 되어 미도리는 사치에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고, 그대신 사치에의 식당일을 돕기로 한다.

 

 

 

 

 

2. 마음을 채우는 잔잔한 일상

 

카모메 식당에는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다. 딱히 극적인 사건도, 갈등도 없다.

카모메 식당을 중심으로 몇몇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 사연들 조차 호들갑 스럽지 않다.

매일 커피를 마시러 오는 핀란드 청년, 힘든 현실을 버리고 날아왔지만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리고 만 일본인 할머니, 어느날 남편이 홀연히 사라진 여인….

그들의 사연은 개인에게는 참 슬프고 힘든일이 겠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모두의 일생에 한번쯤 있을법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유도 없이(내가 모르는 이유로) 날 버리고, 낯선 곳에서 짐을 잃고, 삶이 힘들어 다른 이들의 삶을 동경하는 일 들은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지독하게 잔잔한 카모메 식당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삶은 누구나 힘들구나' 라는 생각은, 내가 유독 나약한 것이 아니라는, 인생의 불행은 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묘한 위로가 된다.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인생이란 놈이 자꾸 발을 걸때, 그래서 때로는 뒤뚱하고 때로는 무릎이 까지게 넘어질때. 뼈라도 부러졌으면 드러누워 버릴텐데 살짝 까진것이 전부라면 미칠 노릇이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엄살부리지 말라'는 핀잔이 두려워 눈물을 삼키게 되니까.

못된 심보 같지만, 그럴 때 다른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풀린다. 나만 넘어지는게 아니구나, 내가 바보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 때문에.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다-는 아니지만, 온 세상 불행을 나 혼자 떠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 분하지 않은가.

이럴땐, 남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 만으로 다시 일어날 원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3. 음식으로 힐링하다

 

식당이 배경인 만큼 맛있는 음식은 옵션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느낌. 사치에가 계피롤을 구울 때, 화면에서 따뜻한 계피향이 솔솔 나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돈까스를 튀기고, 연어를 구울땐 침이 넘어간다.

카모메 식당의 대표 메뉴는 오니기리(주먹밥)다. 사치에는 오니기리를 '일본인의 힐링 푸드'라고 말한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소박하지만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는 음식.

 

한국인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보글보글 된장찌개? 잘익은 김치? 달달한 불고기?

 

영화 중반부 사치에가 미도리에게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잠시 생각하던 미도리가 "우선 아주 맛있는 음식부터 먹겠다"고 대답하자 사치에는 공감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놓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대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따뜻한 밥 한끼. 그만한 힐링이 따로 있을까.

 

 

 

 

 

4. 누구의 삶에도 눈물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속시원히 풀리지 않는 의문. 왜 하필 핀란드 일까?

 

공항에서 짐을 잃어 버리고, 일본에선 오랜 부모님 병수발을 하다 핀란드를 찾은 마사코는 말한다.

핀란드인은 모두 여유롭고 행복해만 보였다고. 그 말에 공감하며 미도리는 "그 안에도 슬픈 사람은 있었다"고 대답한다.

 

지.아이.조와 같은 영화, 외국에서 제작한 영화에 동양이 나오는걸 보며 '외국인 눈에는 동양이 저렇게 보이는 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하나같이 신비로운 분위기다. 주술이라든가 (특히 저주나 치료) 무술같은.

동양인의 눈에 비친 서양은, 여유롭고 자유로운 그런 분위기 인가 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 느낌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도 (당연하지만) 슬픔은 있다. 사람 사는데 눈물이 없을까.

하지만 카모메 식당을 찾은 사람들중 좌절하는 사람은 없다. 울고, 먹고 그리고 웃는다.

 

 

 

 

 

 

 

 

카모메 식당은 잔잔하다. 조용하고 여유롭다.

사실 영화 곳곳에서 착한인간 컴플랙스가 보이지만, 여성 감독다운 섬세한 에피소드가 조용히 미소짓게 한다.

인생이 힘든 그대, 먹고 사랑하고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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