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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워,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진화

#、보고 쓰다

by 꽃띠 2013. 2. 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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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스팅으로 압도하는 재난영화

 

연말연시를 겨냥해 개봉한 영화 '타워는' 흥행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김지훈 감독의 이번 영화는 2%쯤 부족했던 전작 7광구(2011년作)와 코리아(2012년作)의 아쉬움을 달래준 작품인 듯 하다.
'타워'는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을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다. 사고의 스케일로 압도하는 보통의 재난 영화와 다르게 타워는 화려한 캐스팅이 먼저 시선을 압도한다. 김상경, 손예진, 설경구, 안성기, 차인표 등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 인물은 셋이지만,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굵직한 배우들이 많다.
타워의 시설관리 팀장 대호(김상경)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하나를 키우며 사는 싱글파파다. 그는 딸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 직장으로 딸을 부르지만, 일 때문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그가 짝사랑 하는 푸드몰 매니저 윤희(손예진)에게 딸을 잠시 돌봐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마침 타워는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준비가 한창이다. 대한민국 초 상류층이 살고있는 빌딩인 만큼 격식에 맞는 우아하고 특별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물론 이 곳에는 파티를 즐기기만 하는 상위 1% 부자들도 있지만 그들을 위해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크리스마스가 단지 1%의 사람들 만을 위한 날이 아닌 것 처럼 요리를 하는 사람도 청소를 하는 사람도 각자의 사랑과 사연과 부푼 기대를 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한편, 소방학교의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결혼 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와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10년만에 크리스마스 비번을 잡고 기념 케이크까지 예약한 영기는 그동안 서운했을 아내의 마음을 달래줄 생각에 기쁘기만 하다. 짓궂은 응원을 보내는 후배들과 장난을 치며 들뜬 시간을 보내던 것도 잠시 요란한 출동 벨이 울린다. 화재 현장은 타워 스카이.  영기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아내에게 잠시 늦겠다는 무뚝뚝한 한마디만을 남긴채 소방차에 오른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최고급 파티를 위한 타워스카이 CEO 조사장(차인표)의 무리수 탓에 캐럴과 웃음 소리로 가득하던 타워는 순식간에 참혹한 재난 현장으로 변해간다. 발화점이 소방 사다리로 접근할 수 없는 초고층인 만큼 영기는 직접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2. 해운대 vs 타워

 

한국형 재난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운대'다. 해운대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의 대표작인 데다 몇몇 겹치는 출연진 탓에 두 영화의 비교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의 힘으로 쉽게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재난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는 점, 그 현장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점이 닮아있지만 누군가 타워가 해운대 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주저 없이 '인간에게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오직 잘 버티는 자만이 살아 남았던 것이 해운대라면, 타워의 주인공들은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는다. 안에서는 탈출하기 위해, 밖에서는 구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뭉클한 감동과 팽팽한 긴장감이 번갈아 밀려온다. 사람을 살리거나 희망을 포기하거나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는 점에서 감동도 긴장도 배가 된다.

 

 

 

 

 


3. 한국형 재난영화의 진보

 

지상 속 천국에서 불의 지옥까지 타워 스카이는 영화의 모든 내용이 전개되는 곳이다. 108층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은 서울 한강 63빌딩 옆에 CG로 만든 가상의 공간이지만, 극의 몰입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다. 영화의 절반 이상 등장하는 불이나 물, 붕괴 등의 구현도 훌륭하다. 헐리우드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영화 '타워'가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소재의 현실성 또한 타워의 강점이다. 고층 건물의 화재는 거대한 쓰나미나 변종 바이러스 침투와는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기존의 재난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인 소재 인만큼 극의 몰입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초호화 빌딩에서 일어난 화재지만 막상 그 속에서 살기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도 현실성을 더한다. 딸을 구하기 위해 주저없이 불 속으로 뛰어든 아빠, 뱃속에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만삭의 몸으로 남을 돕는 엄마, 노년에 시작된 풋풋한 사랑, 이제 막 마음을 주고받은 연인…. 화재 현장은 참혹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애, 가족애가 흐른다. 한국에 108층 타워 스카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평면적인 등장 인물, 뻔한 감동 유발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영화 '타워'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한발 진화시켰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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