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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지 않는 남자

#、愛

by 꽃띠 2015. 11. 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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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난 낯선 남자는 아쉽게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몇달째 꾸준한 연락과 몇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알게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뭘까, 이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은.

여러모로 괜찮은 그 사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은 내속에 사라지지 않는 그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남자가 좋은 사람이기를, 나의 인연이기를 바랐다.


나도 이제는 평범한 연애를 다시 시작해도 될 때라고 생각했으니까.



찝찝한 기분을 잊기위해 나는 내가 조급한 거라고, 내가 의심이 많은 거라고 나 스스로를 계속 질책하며 그 사람이 온전히 내게 마음을 쏟기를 기다렸다.



이십대 초반에는 '만나보고 아니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연애를 시작했지만

이십대 후반이 되고 보니 연애가 두려웠다.

남들이 손에 꼽는 스팩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을 온전히 믿어도 될까,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날 좋아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늘 저울에 올려놓게 됐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마음도 물론 중요했으나



나는 사랑받고 싶었다. 충분하고 넘치는 사랑 속에서 여유롭고 행복하고 싶었다.









그가 고백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나름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 나는 바랐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알고 있었나 보다. 이 것은 사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임을.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를 바라봤던 것은 내가 그를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과의 보통의 연애가 필요했을 때 나타난 그가, 좋은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뿐이었다.

 

나는 어쩌면 당연했던 그와의 끝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아무 관계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채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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