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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핑계

#、그냥 쓰다

by 꽃띠 2015. 8. 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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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버는 돈은 '나를 위해, 알차게 쓰자'고 다짐한게 열 아홉, 딱 십년 전의 일이다.

 

수능이 끝나고 처음 알바를 하면서 다짐했다.

책을 사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니며 나를 채우는데 돈을 쓰자고.

 

 

아마 그때쯤 읽었던 어떤 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이름도, 저자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그 책에서는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한, 젊은 사람의 통장에 돈이 고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책을 사 읽고, 나를 이자리에 있게 해준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데 돈을 써야 하며

어떤 곳에 돈을 쓰든 그 것은 소비한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 말에 심하게 공감한 나는 충실하게 그 다짐을 이행하며 10년을 보냈다.

 

어느덧 10년이다.

열아홉, 처음 아르바이트부터 취직을 한지 10년.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여럿이 보는 영화는 오락이지만 나 혼자 보는 영화는 공부였다.

오감을 활짝 열고 영화를 보고 마음에 다독다독- 넣어놨다.

책은, 돌이켜 보면 10대때 더 많이 읽었지만 그래도 나름 틈틈이 읽어왔다.

10대때 읽지 않던 장르로 조금, 발을 뗀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여행.

아, 여행.

 

방방곡곡, 시간이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짐을 쌌다.

통장에 돈이 조금 고이면 어디로 떠날까- 생각하느라 설레였다.

사실 돈은 두번째 문제였다. 빚을 내며 돌아 다니지는 않았지만 탈탈 털어 가능한 곳까지 다녀왔으니까.

 

 

낯선 곳에서 놀라고 웃고 울고 환호하며 행복했다.

참, 충실히도 먹고, 놀고, 소비했다.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전이 이렇게 부지런히 떠나며 살아도 될까.

 

대한민국 직장인, 20대 여자인 내 앞에 19세일 때와는 다른 문제가 놓여있다.

대학, 취업의 벽을 넘고 나면 들이닥치는, 사람들이 성공의 잣대로 여기는 세번째 관문- 결혼.

 

나에겐 이제 '정착'의 과제가 생긴 것이다.

 

 

 

떠나도 될까, 더 떠날 수 있을까.

 

 

 

 

일단 떠나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을,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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