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여자되는 남자, 남자되는 여자

#、직장일기

by 꽃띠 2011. 10. 4. 22:00

본문



#
"선배, ***(男) 표정이 왜 그래요?"
"뭐가?"
"아까 인사했더니 입만 삐쭉이고 말던데, 뭐 또 기분나쁜일 있대요?
"몰라. 자주 그러잖아 냅둬. 혼자 삐쳤나 보지뭐"
"아 진짜 피곤해. 한달에 한번꼴로 꼭 그러더라"
"그날인가 보지뭐."

사무실에서 잘 삐치기로 유명한 A.(男)
왜 기분이 나쁜지 뭐때문에 말을 안하는지 도통 말하는 법이없다.
착해서라고? 옆사람은 답답해 돌아가실 지경.
말 안할꺼면 티를내지 말든지 티 팍팍 낼꺼면 속 시원하게 말이라도 하든지.
어떤날은 입이 2m는 나와있고 또 냅두면 혼자 풀리고.
처음 한두번은 왜 그럴까 무슨일있나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신경쓰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날 이라며 넘겨버린다.

물론 다른면에선 대체로 남자답다.
약간 섬세하고 굉장히 잘삐칠뿐.

오늘도 남자인척 하는 그의 뒤통수에 외친다.
좀 호탕하게 굴수없겠니?


#
드드드드드드듣득.
가방에서 벌써 한시간째 핸드폰 진동이 미친듯이 울려댄다.
보나마나 남자친구다.
아무리 회식이라도 12시까진 집에 들어가라는 남자친구와
일하다 보면 늦을 수도 있다는 나.
끝없는 싸움이다. 그것도 입사초반 10시에서 3년을 투쟁한 끝에 2시간이 늘어났다.
술좀 그만 마셔라. 그놈의 회사는 무슨 회식이 그렇게 자주있냐.
전화를 받으면 뻔한 레파토리가 쏟아진다.
알겠어 알겠어.
집에 들어갈때 꼭 전화한다는 말로 달래고 전화를 끊는다.
끊자마자 문자가 날아온다.
'집에 갈때 전화해. 꼭이야. 안자고 기다릴께'

한숨이 절로 난다.
아. 왜 이해 못하니 나의 비지니스를.



#
화가난다. 열받는다.
사회생활은 예상치도 못하는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짜증과의 싸움인듯 하다.
아. 옆에서 너구리잡게 뻑뻑 담배를 피워대는 동기(男)가 부럽다.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노려본다.
젠장.
입밖으로 거친말이 툭 튀어나온다.
담배피던 동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여자 입에서 ..."
삐쭉 노려보는 대신 덥썩 멱살부터 잡는다.
"여자는 뭐 욕하면 안돼냐?"


술잔이 찬다. 마신다. 따른다. 또 마신다.
빈병이 늘어선다.
알딸딸하게 취한 선배(女)가 웃는다.
"이러다 시집 못가겠다"
코웃음 치며 대답한다.
"안가고 말죠 뭐. 그까짓꺼"

퇴근하다 술동기로 잡혀온 후배(男)에게 물었다.
"넌 이상형이 뭐냐"
"집안좋은 여자요"
너도 도어맨이 꿈이구나. 젠장.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