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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될 썸은 안된다

#、愛

by 꽃띠 2017. 3.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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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1. 다시 만나다

 

 

한동안 썸 아닌 썸을 탔던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이 온 것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지고 1년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내 SNS 게시글에 간간이 '좋아요'를 눌러왔던 그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왔다.

'잘지내?'

 

처음 든 생각은 '오랜만이네' 두번째 든 생각은 '무슨 일이지?'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마디로 '그저 그랬다'

특별히 반갑지도 그렇다고 거부감도 아닌 느낌. 누구에게 연락이 왔어도 들었을 생각.

 

당시에 딱히 만나던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지부진한 이도저도 아닌 연락들만 하고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답장을 했고 일상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사로 시작해서 안부로 이어지던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매일 이어졌고 하루에 수백, 수천 마디를 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하던 때로 돌아갔다.

 

마치 처음처럼.

 

 

2. 썸 아닌 썸

 

그 사람과는 1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연락을 주고받았 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개인주의 (이기주의 아님)가 강했으며,

키 크고, 손도 크고 (나의 로망) 직업도 좋았다. 그리고 (사회적 시각에서) 똑똑한 사람이었다.

 

조건만 보자면 특별히 흠 잡을게 없는 사람.

뭐, 흠이야 잡자고 들면 잡을게 왜 없겠냐만은, 이 사람이 완벽하다는게 아니라

딱히 초반에 '이것 때문에 이 사람하고는 안되겠어' 하는게 없었다는 말이다.

 

몇번의 데이트(?)를 하고, 매일매일 일상처럼 연락을 이어갈 때, 그는 우리 관계를 명확하게

'썸'이라고 정의했다.

 

친구와 연인의 중간단계. 책임도 의무도 없지만, 즐거움과 밀당 정도는 허락되는 관계.

 

그가 '썸'이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하며 너도알고 나도 알지만 굳이 상대방의 면전에서 꺼내지 않는

단어를 불러 주었을 때, 우리 관계는 나에게로 와서 '썸'이 되었다.

 

발전 가능성 없는 딱 거기까지의 단계.

 

 

 

출처:영화 '연애의 온도'

 

 

3. 논쟁 좋아하는 남자

 

이 사람과 취향이 맞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 사람이 '논리적인 토론'을 즐기기 때문이었는데

아무말 대잔치를 쏟아내거나, 난 몰라, 모르는데?를 연발하는 남자들보다 훨씬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했다.

 

.... 생각했다, 잘못 생각했다.

 

논쟁을 좋아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무슨 말만하면 돌려치기 공격이 이어졌다.

'논'보다는 '쟁'이었다.

 

그의 직장인 '모'기업의 비리에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내 직업군의 비리로 받아치는 식.

늘 이기기위해 대화하는 사람 같았다.

 

 

내가 아이유, 수지같은 얼굴이 좋다고 말하면

"여자는 원래 자기가 갖지 못한것을 탐하지"라는 식으로 치고 나오는건 옵션.

 

강조하지만,

말 예쁘게 하는건 정말 하늘이 주신 능력인듯.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사람 밥을 안산다.

나를 보러 먼길을 온다는 이유였는데, 그래 좋아, 좋다 이거야.

타지에 사는 사람이었고 제법 먼 길을 오는게 고마우니 매번 내가 밥 사는거야 할 수 있다. (처음엔 커피값까지 내가 냈었음)

계산 안하는것 보다 더 피곤한건 투정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이니까 뭐 먹을지 추천하고 맛집도 내가 찾고 안내도 내가 하고 계산도 내가 하는데

예의상이라도 '아 이집 좋다'고 해야하는거 아냐?

 

 

인도 카레집에 갔는데 그 집 추천 메뉴인 시금치 카레를 먹으며

"아, ** (본인 사는 지역)에 이 카레 진짜 맛있는집 있는데. 거기 보다 못하지만 괜찮네" 라고 하거나

파스타 먹고 싶다길래 나름 맛집이라고 간 곳이 약간 퓨전 이탈리안이라 삼겹살 파스타, 페스츄리 등을 파는 곳이었는데

"내가 이탈리안을 말한건 피자 먹고 싶다는 의미었는데, 앞으로는 정확한 메뉴를 딱 말해야 겠구나"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 아 쓰다보니 열받네 ㅋㅋㅋㅋㅋㅋ

 

나도 좀 빡쳐서, 한번은 내가 여행을 갔다가 그 사람이 추천한 음식점에 가게 됐는데 (같이 아니고 나 혼자)

먹고나서 어떠냐고 묻길래 "우리 동네에 이집보다 잘하는 집이 열군데는 있을듯"이라고 대답했더니

나한테 말 예쁘게 안한다고 버럭.

이왕 추천한 집인데 맛있다고 해주면 안되냐길래 '시금치 카레' 얘길 했더니

아, 내가 그랬었나?

란다... 허허.

 

썸이라고 시작해 놓고 쌈 얘기만 하는것 같은데,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식이었다.

날카로운 비평과 지적, 그리고 갑론을박의 연속. 피곤할 수 밖에.

 

 

 

4. 지지부진한 썸의 연장

 

그동안 밀린 안부 이야기를 나누며, 한동안 연락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재미있었다.

뭐 나름 말이 통하는 상대였으니까.

 

하지만 이게 또 길어지니까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의미없는 톡들, 거기에 중간중간 지적까지 들으려니 슬슬 지루함을 넘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성실하게도 내가 프사를 바꿀 때마다 지적을 해주셨는데,

너무 활짝 웃은거 아니냐느니, 피부가 너무 광나는거 아니냐느니, 얼굴에 점 뺀 자국이 폭 패인것 같다는 디테일한 지적까지!

(카메라 화소가 너무 좋은 탓인건가)

 

본인 입장에서는 친밀함의 표현이었는지 몰라도 지적이 반복되니 짜증만 쌓여갔다.

 

어쩌라고.

 

 

5. 안될 썸은 안된다

 

재미 -> 지루 -> 짜증 -> 연락끝

 

이 과정이 반복됐다.

 

처음 연락이 끊어졌을 땐,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그의 전화 뒤에 다시 연락을 이어갔고

그 연락이 다시 끊어지고 나서는, 앞서 말했던 대로 1년정도 뒤 페이스북 메시지가 와서 연락을 다시 이어갔다.

 

의미없는 프사 사진의 지적을 받고, 나는 읽씹을 시전했고 더이상 그쪽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세번째 연락을 끊게 됐다.

 

안될 썸은 안된다, 썸으로 정의된 관계에는 후퇴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경험에서 온 결론.

 

생각해보면, 썸 만큼 재미있는 관계도 없다.

연인인듯 연인아닌 연인같은 너.

이 얼마나 두근거리는 포지션인가.

근데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이'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더라.

 

몇달씩 지속되는 썸? 의미없다~

자꾸 되돌아 오는 썸도 아~무 의미없다.

 

썸만 이어가고 싶은 심리, 그거 참 무책임한거 아냐?

 

연애합시다. 썸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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