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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기억에 대하여

#、보고 쓰다

by 꽃띠 2018. 3. 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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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2017)

감독 : 리 언크리치

(스포있음)

 

 

1. 줄거리

대대로 신발을 만들어 온 가문에서 태어난 '신발 닦는 소년' 미구엘은 음악가를 꿈꾸지만, 집안에서 음악은

절대 입에 올려서도 안될 금기어다. 그의 고조 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노래를 부르지도, 기타를 칠 수 도 없는 것이 억울하지만 미구엘은 모두의 소망대로

조용히 노래하고 숨어서 기타를 칠 뿐이다.

음악가였던 할아버지의 딸, 미구엘의 증조할머니(코코)는 이제는 너무 늙어 정신이 오락가락 하지만 그래도 미구엘은

할머니와 이야기 하는 것이 즐겁다.

할머니가 가끔 "아빠"를 찾는 것을 제외하곤 가족들 중 그 누구도 고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숨기며 몰래 기타만 쳐오던 미구엘은 어느날 자신의 고조할아버지 정체를 알게되고

당당하게 음악가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하지만 당연히 쉽지가 않다. 온 가족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미구엘은 우연한 기회에

'죽은자들의 땅'에 들어가게 되는데 ...

 

 

2.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잊는 다는 것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잊어 간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일이다. 괴로운 기억을 혹은 스쳐간 모든것을 기억하는 것은

분명 상상 이상의 벌일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기억하고픈 것들에 대한 '휘발'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거다.

기억을 선택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럴 수 없다. 시간의 힘은 참으로 강력해서

기쁨과 행복도 점점 닳아간다. 그러다 사라지겠지.

이기적인 나는 기억한다-보다 '기억된다'-에 욕심을 부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 그 기억이 오래오래 그 사람 안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일인가.

 

영화 코코는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영화의 배경은 멕시코지만, 가족이 함께 조상을 추모하는 문화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미구엘의 가족은 보통의 가정처럼 '죽은자의 날'에 조상들의 사진을 제단에 모셔두고 꽃잎으로 길을 만든다.

그들은 사진을 통해 죽은 조상들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넘어온다고 믿는다.

 

 

코코 할머니의 엄마인 미구엘의 고조할머니 사진은 맨 위에 놓여있지만 할아버지 얼굴은 잘려나간 상태다.

가족들의 기억에서 '삭제 당해진' 그는 누구에게도 추억되지 못하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가족을 버리는 것'이라는 반발감의 표상으로만 남아있다.

사진이 없으니 그는 '산자의 땅'으로 넘어오지 못한다.

기억되지 않으니, 보고싶은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다.

기억에서까지 지워진 죽은자는 영원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은 내가 누군가를 잊지않는 한, 그는 기억속에 영원히 사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죽은자의 죽음.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이 말이 나는 참 슬프더라. 죽음은, 죽어서도 슬픈 일이구나.

 

 

 

3. 이렇게 예쁜 해골이라니

유령신부 이후로, 해골이 이렇게 매력있어 보인적이 있었던가.

코코 출연진의 절반은 해골인데, 산 사람들보다 더 개성있다.

 

 

어떻게 해골 얼굴에 무늬를 넣을 생각을 했는지!

해골들이 너무 예뻐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매력적이기까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는 맛에 애니메이션을 보는거 아닐까.

 

 

코코 속 또다른 매력은 '영혼의 안내자'들. 다양한 동물들이 영혼의 안내자로 죽은자들과 함께 살아간다.

영혼의 안내자는 어떤 동물의 모습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좋았다.

어릴 때 함께 살던 강아지들이 내 영혼의 안내자로 날 기다리고 있다면 아무리 먼 길도 무섭지 않지 않을것 같다.

그 자그마한 생명체들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4. 나를 기억해줘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왕이면 예쁘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더 좋겠지만, 최고의 순간만 기억해주지 않더라도

그래도 나의 존재자체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싱글로 살아도 잊혀지지 않을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잠깐 스쳤지만

에라이 모르겠다. '할머니'가 아닌 다른 어떤 모습으로라도 기억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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