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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 혹은 나를 찾는 여정/나의 산티아고

#、보고 쓰다

by 꽃띠 2017. 9.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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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2016.07 개봉/독일/코미디/줄리아 폰 하인츠 감독/ 데이빗 스트리에소브, 마티나 게덱 주역

 

 

1. 성스러운 그 이름, 산티아고

산티아고는 (모두가 알고있는대로) 순례의 길이다. 관광지도 유흥지도 아닌 순례의 길.

신은 그 길을 끝까지 걸은자의 죄를 사하여 준다고 한다. 전세계 많은 순례자들이 죄 사함을 받고자 그 길을 걷는다.

혹은 내 안의 고통을 지우고자 고행의 길을 걷기도 한다.

산티아고, 나에게 그 길은 다른이의 방황을 방관하는 길이자 내 죄를 침묵하는 길이자 하느님께 존재를 되묻고 싶은 길이다.

주여, 길을 걷는다고 어떠한 죄도 사하여 주신다니 너무 너그러우신 것 아닙니까?

 

 

 

2. 그의 이름은 순례자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하페. 부와 명예를 누리던 그는 갑자기 무대에서 쓰러지게 되고, 몇달을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친구에게 "나 떠날래"라는 말만 남긴채 산티아고로 떠난다.

사실 그는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아니다. 보통의 인간들이 그러하듯 그에게는 남모를 상처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날부터 그는 신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신은 왜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 들이는가. 신이 있다면 인간에게 이렇게 고통을 왜 주는가.

신을 믿지 않는 그가 산티아고로 떠난 이유는 글쎄, 잘 모르겠다.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오래도록 믿어 왔기에, 아니면 그렇게라도 믿고 싶어서?

믿음이 없다고 계속 강조하는 그 지만, 절절하게 믿는 모두와 함께 산티아고를 걷는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척박한 길을 홀로 걸으며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게 스스로와 이야기를 나눈다.

바퀴벌레가 들끓는 피난민 대피소 같은 순례자 숙소도 흙 먼지만 날리는 길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도  모든게 다 싫고 짜증나지만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처절한 외로움이다.

혼잣말도, 매일의 교훈을 적는 일기도 이골이 날 때 즈음 길 위에서 친구를 만나고 마음을 나누게 된다.

 

 

3. 혼자 걷고 싶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막 성인이 되었을 즈음 산티아고를 다녀온 중년 여자의 에세이(책)에서 였다.

그녀는 큰 상처를 안고 산티아고로 날아가 순례의 길을 걸으며 상처를 씻어냈다.

그 책에서도, 이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정말 이 길을 완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순례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중간중간 걷지 않고 버스를 타는 사람도 많다.

목적지에 와서 도장을 받고 형편없는 순례자 숙소 대신 따뜻하고 푹신한 호텔에 머물기도 한다.

하페는 묻는다. 호텔에 묵으려면 얼마만큼의 죄책감을 치러야 하느냐고.

그 죄책감이 얼마만큼 일지는 몰라도 적당한 타협과 적당한 죄책감 그리고 적당한 외면을 하며 하페는 길을 걷는다.

호텔에 묵고 버스를 타고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하면서.

 

몸이 편안한 방법이야 돈을 쓰면 된다지만 그놈의 처절한 외로움은 어떻게 되지를 않는다.

자꾸 같이 걷고 싶어하는 그에게 길에서 만난 친구는 말한다.

목적지에 다다르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고.

 

나는 그 대사를 곱씹었다. 목적지에 다다르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

기대고 업히고 끌려가서는 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는 법이라는 진리를 모르는게 아니다.

다만 나와 한방향으로 걷는 좋은 동행자를 만나고플 뿐인데.. 역시나 쉬운일은 아닌가 보다.

 

 

4. 나의 산티아고는 어디인가

영화는 유난히 볼거리가 수려하지도, 배우들이 매력있지도 (독일어 발음이 영 귀에 까끌 거리기는 하다) 않다.

그렇다고 퍽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거나 위로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티아고 길이 주는 매력은 역시나 있다. 사실, 단지 그 소재만 던져도 영화를 보는 내내 자동적으로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효과랄까.

 

나의 길을 걸어야지, 고독하고 외로울 지라도 묵묵히 앞을 보고 걸어야지.

물집이 잡히면 잠시 쉬고, 길 위에서 만난 매력있는 친구와 가끔 어깨 동무도 해보면서

그렇게 그렇게 걸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영화.

 

음, 산티아고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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