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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포목점/오기가미 나오코/소설

#、읽고 쓰다

by 꽃띠 2017. 7.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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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오기가미 나오코

 

솔직히 말하면, 일본문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별히 찾아 읽는다거나, 유난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싫다기보다 뭐랄까 ... 그 특유의 밍밍함이 나랑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공허할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잘난채 하는 에세이는 싫고 오글거리는 감성글도 싫을 때

일본 소설만큼 위안이 되는 것도 드물다.

오래전에 꼽아둔 히다리 포목점을 다시 들게 된것도 들쭉날쭉한 요즘 기분을 토닥이고 싶어서였다.

열심히 열심히 곱씹으며 읽지 않아도 '괜찮아' 해줄 책이 필요했다.

 

작가 오기가미 나오코는 '카모메 식당'의 감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감독이라니, 이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일본 문학처럼 일본 영화도 밍밍하기 그지없다.

언젠가 쓴적 있지만, 마치 커피믹스를 하나 털어 넣고 커다란 머그컵 가득 물을 부어 휘휘 저어 마시는 느낌.

러브레터 열풍이 불었을 때도 일본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난데

언제부턴가 그 편안함이 좋아졌다. 흔한말로 '한지에 물이 스미듯' 일본 영화에 빠졌다.

모든 장르의 일본영화가 좋은것은 아니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카모메 식당과 같은 '슬로우 라이프' 필름을 자주 보게됐고

그런류의 영화 대부분이 일본영화이다 보니 그 매력을 느끼게 된 .. 뭐, 그렇다는 이야기.

 

 

카페, 식당, 잡화점, 골목 어귀 낡은 집.

신비로운 분위기의 어떤곳을 중심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는 이야기는 일본 소설의 한 장르라고 해도 될만큼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일본인 특유의 민족성 혹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지만,

뭐 그런것에 대해 1도 모르니까 아는척 않고 넘어가기로 하자. 하하.

 

히다리 포목점 + 일본 문학 + 오기가미 나오코의 조합 만으로 이 소설이 어떤 분위기 일지, 어떤 내용일지

뻔히 짐작 갈테지만

 

 

맞다. 그런 내용이다. :)

 

 책 속에 담긴 두 편의 단편에 모두 '히다리포목점'이라는 신비로운 공간과 그 곳에서 일하는 신비로운 여자 그리고 고양이라가 등장하지만 각자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취향을 가진 어떤 남자 이야기와, 짝짝이 손가락과 귀를 가진 커플과 함께하는 고양이의 이야기.

히다리 포목점은 '나미야 잡화점' 처럼 고민을 해결해 주거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처럼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런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듯한 (하지만 책이 끝날 때까지 대사 한마디 없는) 검은 고양이와 포목점의 (아마도) 여 주인은 분명 신비로운 인물이다. 두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히다리 포목점의 역할은 여기까지. 제목은 히다리 포목점이지만 사실 그 역할이 크지는 않다.

이야기는 포목점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포목점은 도울뿐.

두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두가지쯤 남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어쩌면 단점으로 여겨지는 그런 특징.

그래서 더 정이 간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아니어서, 소소한 단점-남과 다른점을 소중하게 안고 사는 사람들이어서,

요란스럽게 '괜찮아, 잘될거야'라고 위로하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작가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카모메 식당'은 ▼ (사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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