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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출세를 비는 호코쿠 신사

#、방황의 추억

by 꽃띠 2011. 12. 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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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 밖을 나오는데 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일정으로 생각했던 수상버스는 너무 멀어 못갈테고 .. 그냥 들어가보자 싶어 가까이 가보니 입구에 동상이 있다. 도요토미히데요시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사진은 찍지 않고 들어갔는데, 신사라고 하기엔 .. 좀 소박한 느낌이다.


이곳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왔기 때문에 신사인지 .. 그냥 관리소인지 헷갈릴 정도.
(내가 들어갈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들어가면 안돼는 곳인가.. 하기도 했다.)








가까이 가보니 신사가 맞는것 같다. 신사에 가면 볼 수 있는 소원을 적는 나무가 걸려있고 ..
예상대로 도요토미히데요시를 모신 신사인듯 했다.
한국에와서 찾아보니 이곳의 이름은 호코쿠 신사.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아들을 모신 신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언뜻 생각이 난다.
농민의 아들로 시작해 일본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 때문에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신사라는 말을 들은듯도 하다.

근데, 왜 하필 토끼일까 싶어 방금 찾아봤는데, 이런 토끼의 해라 토끼였나보다.
다른 블로그에는 호랑이가 있다. 해마다 바뀌는거구나. 나는 도요토미가 토끼처럼 작고 빠릿빠릿해서 토끼가 같이 있는줄 알았는데 ....

사진에는 없지만 신사 앞에있는 동상에서 보면 도요토미는 정말 작고 못생겼다.
이런사람이 일본 천하를 호령했다니 .. 싶을 정도로 초라하게 생겼다.
정말 미화라고는 전혀없는 (물론 실물을 보지 못해서 확신은 못하지만) 동상이다.
딱 원숭이같이 생겼다.
'꼴 값' 이라는 말이 ........ 틀린가 보다.





우리에겐 천하의 죽일놈이지만, 일본에서는 손꼽히는 위인이라던데 신사가 참 소박하다.
화려한 색도 금박도 없다. 넓거나 아기자기한 손 많이가는 정원도.
그냥 이게 다다.






조금있으니 사람들이 온다. 이 곳은 관광객들보다 현지인이 많이 찾는 신사라고 한다.
자식들의 출세를 빌러온 어머니들 이겠지.
이때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 '출세'에 목말랐지만 참배나 기원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가벼운 마음에서 하는 의식적인 거라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빌고싶진 않았다.







돌아서서 나오려는데 유달리 주렁주렁 매달린 종이가 눈에 띈다.
전에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긴했지만 유독 이곳에는 많다.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생각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마침 쪽지를 묶으러 나오셨다.





나무에 종이를 묶는 모습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니까 외국인이라는걸 아셨는지 영어로 말을 건다.

이것은 사람들이 뽑은 불행인데, 이렇게 자기가 나무에 묶는다고 한다. 그러면 누군가가 뽑은 불행이 행운으로 바껴 그 사람에게 간다고.

아, 소원을 적은 종이가 아니라 뽑기로 뽑은 불행이었구나.

내가 어색한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씩~ 웃으며
불행이 나왔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다. 단지 장난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뽑는다 고 하신다.


남의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길 바라며 정성스럽게 나무에 묶는 이 손에서 행운이 시작되는것이 아닐까.




 


곧 비가 떨어질 것 같아 얼른 지하철을 찾으려는데 문득 낙서로 상처입은 울타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 , 일본사람들도 이런짓(!)을 하는구나 싶어 혀를 쯧쯧차며 쳐다봤는데 ...









그럼 그렇지... 낙서하는데 한국인이 빠지면 섭섭하지.
그 이쁜 한글로 참 못된짓 세계 곳곳에 하고 다닌다.









오사카성 주변을 흐르고 있는 물. 지금은 이렇게 평화롭지만, 사실은  삼험한 경계로 지켜지던 곳이었겠지.


오늘 첫 일정을 마쳤을 뿐인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조리개를 아무리 열고 사진을 찍어도 흐리다.





멀리 보이는 NHK 방송국 건물.
저곳에 있는 박물관에 가는것도 일정중 하나였는데, 왠지 박물관엔 가기 싫어졌다.
하늘을 봐선 얼른 실내로 들어가야 할 것 같긴 한데 ...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잔디받에 삼삼오오 모여 놀고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학년 전체가 함께 소풍을 왔나보다.




ㅋㅋㅋ 내가 본 숨바꼭질 선수중 가장 열정적이었던 아이 ㅋㅋㅋ
아이들 노는게 귀여워서 한참 혼자 헤헤 거리며 구경을 했다.





이곳이 누구 손으로 지어졌는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지었고 또 그 후에도 얼마나 많은 피를 봤는지,
역사는 물과 함께 흐르고 흘러 상처는 가고 영광만이 남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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